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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키 재정위, 병·의원 코로나 회복세 꼼꼼히 살핀다

발행날짜: 2022-05-11 05:30:00

윤석준 위원장 "작년과 다르다"…가입자, 유형별 세부 데이터 요구
11일 약사회부터 유형별 1차 협상 돌입…의협은 12일 첫 협상

요양기관의 한해 살림살이를 결정할 수가협상 과정에서 공급자 단체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에 쓸 건강보험 재정, 즉 밴딩의 폭을 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는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자료를 요구하며 보수적인 입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 소위원회는 10일 오후 내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1차 회의를 열었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이하 재정소위)는 유형별 수가협상을 앞두고 10일 오후 첫 회의를 열었다. 재정소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 중인 환산지수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공유하며 건보공단에 각종 통계 자료를 요구했다.

약 1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난 후 재정운영위원회 윤석준 위원장은 요양기관 진료비 증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진료량만 보면 과거에는 평균적으로 매년 10%씩 증가했는데 재작년, 즉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가율이 1% 이하를 기록하며 대단히 어려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지난해 데이터를 보니까 10%까지는 아니지만 7%까지 증가한 걸로 봤을 때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 증가율이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있지만 어찌 됐든 수가협상의 근거가 되는 지난해 데이터에서는 회복이 많이 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가입자 단체는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는지 보다 면밀히 파악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위원장은 "보장성 강화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는 측면도 전체 진료량 및 진료비 증가에 기여한 요인 중 하나인데 이를 어디까지 어떻게 반영할지는 가입자의 몫"이라며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이용량 변화를 유형별로 구체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손실보상에 대한 부분도 가입자 단체는 짚고 있다"라며 "손실보상이 국고로 지원됐다고 하더라도 결국 요양기관의 수익으로 돌아간 것이니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예방접종비, 신속항원검사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도 요구했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라고 밝혔다.

재정원영위원회 윤석준 위원장

윤 위원장은 수가협상제도 전면 개편 과정에서 개선된 SGR 모형을 협상에 적용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위원장은 "SGR 모형의 시효는 지났다"라며 "대표적인 게 수가 역전현상이다. 누가 봐도 모순"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방식의 협상을 하면 역전 현상은 더 악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빨리 다른 형태의 대안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는 개선된 SGR 모형을 적용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해 5월 수가협상을 끝낸 후 요양급여비용계약 제도발전협의체에서 SGR 모형(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개선방안을 도출한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SGR 모형은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는데 적용하는 모형이다. 적용기준 시점이나 사용된 거시 자료 등에 따라서 환산지수 값이 격차가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다며 협상 때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선된 SGR 모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의료물가지수(MEI) 비용 가중치를 계산할 때 3차 상대가치 회계자료(2017년)를 활용하기로 했다. 내년에 이뤄질 3차 상대가치 개편 과정에서 쓰이는 데이터를 수가협상에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2010년도 이전 데이터인 2차 상대가치 회계자료를 썼다.

진료비 차이 보정계수(UAF)를 산출할 때는 진료비 누적 기간을 기존 14년에서 1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최근의 정책 변화가 반영될 수 있다.

윤 위원장은 "진료비 누적 기간은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평균을 잡느냐에 따라서 결괏값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정됐던 누적기간에 여러가지 변수를 적용하면 결괏값도 달라진다. 어떤 값을 택할지는 가입자 단체의 몫"이라고 전했다.

재정소위를 시작으로 수가협상 당사자인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 협상단도 11일부터 순차적으로 1차 협상을 갖는다.

통상 1차 협상에서는 각 공급자 단체 협상단이 인상 근거를 제시하고, 2차 협상에서는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반론한다. 실제 인상률 수치를 놓고 하는 협상은 3차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수가협상 마감 시한인 5월 마지막 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 1차 수가협상은 11일 오후 대한약사회를 시작으로 12일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차례대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과 만남을 갖는다. 12일에는 대한조산사협회에 이어 대한병원협회가 잇따라 건보공단에 수가 인상의 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병협은 새로운 수장이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면서 수가협상단도 공급자 단체 중 가장 늦게 구성됐다. 협상 단장은 송재찬 상근부회장이 4년 연속 맡게 됐다. 여기에 유인상 보험위원장과 이영구 강남성심병원장,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 합류했다. 송 병원장을 제외한 협상단원은 모두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합을 맞춘다.

2차 협상은 5월 마지막 주에 이뤄질 예정인데 1차에서 의약단체가 제기한 수가 인상 근거를 받아든 건보공단이 반대 주장을 하는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