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태계 허리인 중소병원이 배제된 의료정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각자도생하는 중소병원을 단결시켜 강한 중소병협을 만들겠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신임 회장은 18일 오후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병원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각오를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중소병원협회는 제32차 정기총회에서 이성규 부회장을 만장일치로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성규 회장(1963년생)은 전북의대 졸업(1987년)한 신경외과 전문의로 군산 이성규 신경외과의원과 군산제일병원을 거쳐 현재 동군산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임기 중 최대 해결과제로 꼽았다.
이 회장은 "의원급과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의료정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지역 중소병원 기능을 재정립하고 중소병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선 없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상급종합병원 환자와 의료인력 쏠림만 가중시켰다. 종별 기능에 맞는 의료행위를 제도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최선의 진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중소병원협회는 중소병원 모델로 ▲지역중심 급성기 응급환자와 중증도까지 입원,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책임지는 지역책임병원 ▲특정분야 수준 높은 진료 제공 전문병원 ▲경증 급성기 병원 ▲회복과 재활 아급성기 병원 ▲만성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 등을 제시했다.
중소병원의 또 다른 현안은 대학병원 분원 난립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대학병원 분원 억제 최대 현안 "중소병원 미래 암울"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까지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병의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비대는 분원 설립을 가속화시켜 지역 병원의 의료인력 확보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지자체 의료기관개설위원회 기능을 분명히 해 지역별 병상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인 그는 "중소병원의 종합병원 건립과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민간 종합병원은 동일한 운동장인데 비해 대학병원 분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규정하고 "약육강식인 의료환경이 지속된다면 중소병원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기총회 축사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와 수가 개선 의지를 피력했으나 중소병원 입장에서 공허한 메아리로 해석됐다.
이창준 정책관은 감염병 사태에서 중소병원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새정부는 의료전달체계 합리적 개선과 적정병상 관리 그리고 필수의료를 위한 획기적 수가보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 의료체계 작동을 위한 방안을 하반기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중소병원협회는 특별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복지부와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이성규 회장은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중소병원의 힘과 아이디어를 모아 대정부, 대국민 설득과 목표 달성을 추진하겠다"면서 "무엇보다 임기 내 중소병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중소병원들의 힘이 약하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중소병원 고사와 경영 악화는 의료생태계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병원협회와 공조해 반드시 해야 할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