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일반의료체계 전환 일환으로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 치료에 참여할 병의원을 통합 운영키로 한 정부. 지난 4일 처음 명단을 공개한 결과 전국에서 1만2000여곳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코로나 검사부터 진단, 치료까지 한 번에 가능한 '원스탑' 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에서는 코로나19 환자와 호흡기 질환자 동선 분리 등 현실을 고려하면 '원스톱'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보다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흡기환자 진료센터는 기존 '호흡기진료 지정 의료기관', '외래진료센터' 등의 명칭을 통합한 것으로 이달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참여 의료기관 명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4일 기준 1만2616곳의 병원과 의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병원급은 1141곳으로 척추관절 질환을 주로 보는 병원이 주를 이뤘다. 호흡기질환이 아닌 질환 치료를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한방병원도 눈길을 끌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749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2668곳, 부산 925곳 순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48%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세종이 88곳으로 가장 적었고 제주가 162곳으로 그 다음으로 적었다.
호흡기환자 진료센터는 코로나19 환자는 물론이고 호흡기 증상자 검사와 진단, 처방, 대면진료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라도 외상, 골절 등 코로나가 아닌 질환일 때도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당초 목표가 무색하게도 코로나 검사와 진료, 처방을 비롯해 호흡기환자 진료를 모두 한 번에 하는 '원스톱' 진료 현실은 요원해 보인다. 호흡기환자 진료센터로 지정된 병의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검사부터 대면진료, 호흡기환자 진료까지 모두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의료기관은 전체의 49% 수준인 6208곳이었다.
의료기관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다 보니 일선에서도 진료서비스 재편성 과정에서 업무에 일정 부분 변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원스톱'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 한 내과 원장은 "의사가 한 명뿐인 동네의원은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를 동시에 진료 하기 위해서는 동선분리를 위해 시간을 나눌 수밖에 없다"라며 "코로나 환자가 전국적으로 1만명 정도 있는 상황에서 하루에 대면 진료가 한 명, 두 명 오면 시간 분리가 아무래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비슷한 의미로 외래 환자나 대기 환자가 많지 않을 때는 코로나 환자 전화 재택치료가 가능했지만 대면진료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화진료에 집중하기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호흡기환자 진료센터 신청과 지정 과정 자체가 허술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보통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 검사 및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재지정을 받았지만 업무에는 분명 변화가 있다"라며 "신속항원검사만 하다가 대면진료를 한다든지, 비대면진료만 하다가 대면진료를 하는 등의 변화가 대표적 사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건소에 말 그대로 현재 호흡기 환자 진료를 위해 가능한 부분에 대한 신청만 한 것이지 지자체가 원스톱 진료가 가능한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다"라며 "우선은 신청서를 낸 의료기관은 모두 명단에 올려놓고 원스톱 가능 의료기관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