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자씨(48)의 딸 지혜는 1996년 8월 루푸스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난치성 환자를 잘 본다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한의사인 황모 교수를 만났다. 황 교수는 딸이 '루푸스'가 아닌 '위하수다'라는 진단을 내리고 자신이 고쳐주겠다며 복용하던 스테로이드를 끊게하고 붕어와 인삼, 미역 다린 물을 먹게 했다. 그러자 아이는 열이 오르면서 고통이 계속됐지만 황 교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오히려 '신토불이 약'을 먹어야 한다며 125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아이는 실명에 이어 혼수상태에 빠져 2003년(당시 18살)에 숨졌고, 황 모 교수는 그 때부터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임 씨는 결국 황 교수를 형사 고발했고 4년간의 소송 결과 과실치사 500만원과 의료법위반에 30만원의 벌금이 고작이었다. 아직도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소재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의료사고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피해자들은 힘든 소송의 어려움을 말로 풀어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렸고, 그 눈물은 참석자들에게 전염돼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대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침묵이 계속됐다.
김모 씨의 남편은 정맥류 수술을 받은 후 오른쪽 엄지 및 새끼 발가락이 괴사하고, 다리 절단을 염두해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술 의사가 "실수로 정맥을 묶어야 하는 데 동맥을 묶었다"면서 인정했지만, 소송외에는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이들은 특히 진료기록부 확보의 어려움, 의사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다.
딸이 '뇌경색'으로 수술받았으나 사망후에는 '급성백혈병'으로 사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이모 씨는 "진료기록지를 3회에 걸쳐 발급받았지만, 그 때마다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면서 "아직까지 담당의사는 수술기록지를 작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진료기록 수정, 변경시에는 입증서류를 첨부케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서울 모대학병원에서 어머니가 패혈증 쇼크로 사망했다는 민지희 씨(35)는 "의사가 불성실한 태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병원에 붙은 환자 권리장전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동훈 의료사고피해자모임 대표는 결의문에서 "의료사고는 사후 책임과 보상절차가 전무해, 환자가 의료인이 서로 적이 되어 분쟁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벌써 6차례나 발의됐지만 입법되지 못한 의료사고 피해구제법률이 조속히 처리돼 환자와 의사 양자가 소모적인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내주 중으로 법 제정을 위한 국민 청원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