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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환자 주머니 털 정도로 부도덕한가"

안창욱
발행날짜: 2006-12-05 15:32:10

성모, 환우회 반박.."임의 비급여, 정부가 해결할 몫"

“의사는 환자에게 최고, 최적의 진료를 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죽게 내버려둔다면 직무유기 아니냐”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과다청구했다는 백혈병 환우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만큼 백혈병 환우회에 대해 법적 대응하진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5일 오후 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오전 백혈병 환우회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김학기 진료부원장(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때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 “건강보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치료를 하지 않을 순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환우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모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은 한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금 총액 3700여만원 가운데 심평원으로부터 불법 과다징수로 판명돼 환급받은 금액이 3000여만원에 달했다고 고발했다.

또 진료비 환급이 결정을 받은 10여명도 본인부담금 총액의 40~60%가 부당청구금액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관계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약제는 식약청의 허가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하며, 이를 초과하면 100% 삭감되기 때문에 의료적(임의) 비급여로 환자에게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병원이 환자에게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해 비급여 처리한 게 아니라 환자에게 사용한 치료재료와 약값을 보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성모병원 이종욱(혈액내과) 교수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진료현장과 요양급여기준과의 괴리 문제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진토제 주사를 놓는데 보험규정에는 1개만 인정한다”면서 “그런데 환자가 또 토하면 보험에서 인정하지 않으니까 투여하지 말아야 하느냐. 그것이 넌센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이 교수는 “백혈병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그람 음성균작용제를 투여하고, 그래도 열이 발생하면 그람 양성균제를 투여하는 게 교과서적 치료”라면서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에는 균이 배출된 때에는 양성균제 투여를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그람 양성균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적용을 받으려고 몇일씩 균 배양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이 나쁜 짓을 한다면 이득이 돌아와야 하는데 실거래가상환제도에서 무슨 이득이 돌아오느냐”면서 “공단에서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환자 주머니를 털 정도로 병원이 부도덕하진 않다”고 항변했다.

김학기 부원장은 “요양급여기준으로 인해 100% 삭감된다고 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어 부득이하게 환자에게 약값을 청구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의 진료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환자가 심평원에 임의 비급여에 대해 민원을 내면 병원으로서는 진료비를 환급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성모병원은 한국백혈병환우회가 환자들에게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천명한 것과 관련, 정면 대응을 유보했다.

김학기 부원장은 “이 문제는 병원과 환자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해 백혈병 환우회에 맞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