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과학 최고의 피인용도를 자랑하는 연구논문이 평범한 법칙을 색다른 각도에서 고민해 얻은 아이디어 성과인 것으로 알려져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의학한림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학연구업적보고서 2006’에서 가장 높은 피인용도 논문저자인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손대원 교수(사진)는 5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심장기능 이상에 따른 호흡곤란의 척도인 좌심실 이완기 측정법을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한 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한국의학연구업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SCI에 등재된 의과학 분야 논문 중 손대원 교수의 ‘좌심실 이완기 기능평가에 있어 조직 도플러 이미지 기법을 이용한 승모판륜 속도평가’(미국심장학회지, 1997년 8월호) 연구가 총 305회 인용돼 단일논문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2006년 기준)
손대원 교수의 논문 핵심은 도플러 심초음파 기법을 이용해 심장기능 문제로 인한 호흡곤란을 판단할 수 있는 좌심실 이완기 평가를 기존 승모판막에서 승모판륜(좌심실을 둘러싼 부위)의 혈류속도로 이완기 기능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측정해 진료의 정확성을 제고시켰다는 것.
이에 손 교수는 “미국심장학회에 게재된 논문이 좌심실 기능평가의 새로운 이정표를 찍은 연구로 평가돼 지난 10년간 해외학회의 강연과 논문에 매번 등장했다”고 전하고 “아이디어가 참신해 눈길을 끌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정도로 연구성과를 인정받을지는 솔직히 몰랐다”며 전세계 심장 연구자들이 보내준 관심과 성원에 감사함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10년전 발표한 논문이 최근 다시 알려져 기쁘기는 하나 이미 지나간 성과를 얘기하는 것 같아 어색하다”며 “자신의 업적이 모든 의학자들의 진료와 연구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심장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데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손 교수는 특히 “학문도 유행가와 같아 모든 의학자들이 새로운 성과도출에 노력하고 있으나 연구흐름과 시기가 맞아 떨어져야 공전의 히트곡을 작사·작곡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뒤 “나 자신도 이 논문 발표 후 더 수준높은 저널에 많은 논문을 게재했으나 피인용도는 상이한 차이점을 보였다”며 학문성과 학계관심간 상관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손대원 교수는 “연구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운이 많이 따라야 하나 남들이 한 연구를 뒤쫓아가는 자세는 무질 없다”며 “히트곡을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매몰돼지 말고 꾸준하면서도 참신한 연구로 임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 교수의 논문은 2005년판 유럽심장학회의 ‘만성 심장이상 진단과 처지 가이드라인’에 그래프까지 그대로 인용됐으며 2006년에는 세계적인 학문검색 권위기관인 'Scopus'로부터 해외저널에 게재한 한국 의생명과학자 논문 중 최다 피인용도(356회)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