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기간 중 제출된 국방의학원 법안을 놓고 의료계의 반대여론이 들끊기 시작했다.
14일 의료계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이날 국회 제출한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제정 법률안’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박진 의원을 비롯한 91명의 국회의원의 공동발의한 법률안은 의료계가 반대해 온 군의관 40명과 공보의 60명 등 정원 100명으로 하는 국방의학원 특수법인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 제출 소식을 접한 의료계 인사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협과 의대학장협의회, 의학교육협의회의 공동체제로 박진 의원을 방문해 국방의학원 설립이 지닌 문제점을 피력하면서 법안 제출을 만류해왔다.
의학교육협의회 안덕선 간사(연세의대 생리학 교수)는 “법안 목적인 군 의료선진화에는 공감하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국방의전원 뿐인가”라고 반문하고 “의료계가 주장하는 군의관 장학생 제도가 왜 안되었나는 문제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간사는 “의전원 예산으로 장기군의관 처우를 개선하는데 사용한다면 남지 말라고 해도 남을 것”이라면서 “법안이 제출된 이상 국방의전원이 아닌 군 의료선진화 대안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가도 국방의학원 설립은 신설의대에 불과하다며 강력한 반대입장이다.
경기도의사회 윤창겸 회장은 “국방의학원 설립은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로 막아야 한다”고 전하고 “의전원을 만든다고 군 의료선진화가 나아지겠느냐”며 법안이 지닌 후폭풍을 우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도 “의전원 신설로 군복무 학생이 늘고 여학생이 많다고 하나 국방의학원이 해답은 아니다”라면서 “과거 의약정 합의에서 매년 10%의 의대 정원을 줄이기로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이미 예상한 박진 의원측은 정원 논란에 무덤덤한 반응이다.
박진 의원실은 “얼마전 의협이 국방부와 복지부 등과 만나 국방의학원 정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41개 의과대학의 정원을 조정하면 큰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의원실은 이어 “의대 정원은 관심 밖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군의료 선진화의 근본적인 대안은 국방의학원 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의료계가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지 의견을 수렴해 법안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의대학장협의회와 의학교육협의회 등과 공조체계를 통한 입법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의협 이윤성 부회장(국방의학원법 저지 TFT 위원장)은 “군진의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는 찬성하나 국방의학원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의전원을 설립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부실의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윤성 부회장은 법안에 추가된 공보의 정원 책정과 관련, “전혀 타당성도 없고 이유도 불분명한 공보의 문제가 끼어들었다”고 전제하고 “외진 곳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여건을 보장해야 공보의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원회는 다음달 초 박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방의학원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여 의료계와의 거센 마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