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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시행'…판도라의 상자 열린다

이석준
발행날짜: 2010-11-29 06:50:30

오늘부터 적발시 처벌…불명확 하위법령 혼란 불가피

|긴급점검| 12월, 변화를 대비하라

급격한 변화는 혼란이 뒤따라온다. 지금 의약계의 사정이 그렇다. 시장형 실거래가제와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제(10월 시행)에 이어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 전국 확대, 그리고 퇴직급여 의무화 등 굵직굵직한 제도 변화가 눈앞에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이들 제도가 가져올 보건의료계의 큰 변화를 살펴보고,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쌍벌제, 리베이트 관행 바꾸나
(2) DUR 전국 확대 성공의 열쇠
(3) 퇴직급여 의무화를 위한 대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간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이 주는 쪽(제약사 등)에 편향됐다면, 이제는 받는 쪽(의·약사 등)도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행정처분과 형사처분이 병행되기 때문에 제공자나 수수자 모두 상당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의료계와 제약계는 제도의 시행에 대비해왔지만, 쌍벌제 예외조항(하위법령)에 대한 정리가 여전히 불명확해 제도 초반 적지 않은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리베이트 적발되면 패가망신? = 쌍벌제의 핵심은 리베이트를 받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처벌이다.

먼저 행정처분의 경우 자격정지로 기존 2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됐으며, 형사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게다가 리베이트로 주고받은 부당금액을 몰수 또는 추징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리베이트 수수자와 제공자 처분 및 처벌 기준.
만약 개원의가 의약품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면허정지로 의료기관 운영이 어려워지며 형사처벌과 부당금액 환수조치까지 받게 돼 재기가 쉽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리베이트 제공자도 사정은 마찬가지.

행정처분(업무정지)은 제조(수입)자 1개월~허가취소, 의약품도매상 15일~6개월로 바뀐게 없지만, 형사처벌은 수수자와 마찬가지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기존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간은 최대 2배, 벌금은 10배가 늘어난 것이다.

◆ 정부 부처 전방위 단속 예고 = 정부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함께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정부 부처(복지부, 공정위, 식약청, 국세청, 검·경찰)간 공조체계를 통해서다.

특히 쌍벌제 시행과 맞불려 검찰과 공정위는 리베이트 전담수사반까지 꾸리는 등 의약품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검찰과 공정위에 복지부 및 심평원 직원을 각각 파견해 전담수사반 구성 등 합동대응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부처간 리베이트 정보공유와 신속한 대처로 쌍벌제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조체계는 하나의 사건으로 형사처벌, 자격정지, 업무정지, 세금추징 등 이중삼중 처벌이 가능하게 된다.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본보기 차원에서 첫 적발 건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이 예고되고 있다.

◆ 차분한 의약계, 뒤로는 딴짓? = 쌍벌제 시행을 앞둔 의료계는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쌍벌제 입법 논의가 개시된 시점부터 통과된 이후까지 강력히 반발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에는 영업사원 출입금지령, 특정제약사 약 안쓰기 등의 운동이 전국적으로 휘몰아친 바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쌍벌제 시행 자체는 큰 관심이 없다. 예전부터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어느 순간 울컥하는 것은 쌍벌제가 의사를 잠재적 범법자로 보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부를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쌍벌제에 반발한 의료기관의 영업사원 출입금지 공문
한 개원의는 "수개월 전부터 처방 내역서 발급을 중단했고, 영업사원 만남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제한다"며 "오해살 짓은 안한다는 것이 의료계에 공통적으로 뿌리내려져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특히 학술대회에 대한 제약사의 지원은 사실상 허용했기에 의학회 등 학회의 반발 움직임도 사그라들었다.

리베이트를 주는 입장이었던 제약사들은 제도 시행 초기 사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향후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반 제약 정서가 다시금 고개를 들수 있다는 징후는 우려했다.

국내 상위 모 제약사 임원은 "쌍벌제 시행으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며 "직원 교육은 수개월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왔고, 리베이트를 끊은지 오래됐기 때문에 오히려 이제부터는 정당한 대결이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모 제약사 영업사원도 "10월경부터 일부 개원의는 쌍벌제가 시행되면 당분간 출입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영업사원 출입금지령 등 한바탕 소용돌이가 있었던 지난 5월, 6월 경으로 회기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리베이트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의약계와 제약업계지만, 쌍벌제를 앞두고 리베이트 선지급 등 불법행위가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 쌍벌제 '예방효과' 어디까지 = 리베이트 쌍벌제는 그 자체만으로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상당한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쌍벌제는 제약사 입장에서 리베이트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합당한 명분이 생긴 것"이라며 "갑의 위치였던 의사들도 처벌을 받기 때문에 예방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리베이트를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단속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문화된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 시행 시점에서 리베이트 쌍벌제의 골칫거리는 쌍벌제 예외조항(하위법령)에 대해 확실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점이다.

당초 의약계와 정부가 합의한 합법적 리베이트인 경조사비, 명절선물, 강연료 등을 규제개혁위원회가 거부하면서, 법 시행 직전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동욱 정책관은 "시행규칙 개정 이전까지 불법 리베이트 제공·수수에 따른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은 개별 사안별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 모 제약사 관계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행정"이라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