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군구의사회 정기총회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선택의원제가 단연 화두로 떠올랐고,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서울시의사회 산하 송파구, 영등포구, 강북구, 중랑구 등 4개 지역 의사회가 선택의원제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송파구의사회는 "선택의원제는 일부 회원들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회원들에게는 불리하다"면서 "이런 제도에 동의해 준다면 의사들간의 단결을 해치고 갈등만 조장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들 4개구 의사회 외에 상당수 구의사회도 선택의원제가 개원가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강서구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정부가 선택의원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의약분업처럼 또 실패할까 걱정된다"면서 "이런 제도가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구로구, 성북구, 용산구, 금천구 의사회 정기총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총회에 참석한 의사들에게 선택의원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대부분 반대한다는 반응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선택의원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선택의원제는 만성질환자를 관리해주는 의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 대강의 요지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지금까지 제시된 게 없다. 복지부조차 이게 어떤 제도인지 모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인두제 개념인 영국식 주치의와 달리 선택의원제는 등록환자 외에 일반 환자도 볼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안이 도출될 때까지 기다려달라." 이게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다.
실체가 없는 선택의원제를 놓고 복지부와 의료계가 샅바싸움을 하는 황당한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개원가에서는 선택의원제가 일차의료 전담의제의 이름만 바꾼 게 아니냐, 나중에 주치의제로 변형하려는 게 아니냐는 등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개원의들이 선택의원제를 불신하는 이유는 선택의원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주치의제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더 황당한 것은 복지부가 선택의원제가 어떤 제도인지 공개하지도, 여론을 수렴하지도 않은 채 시범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한방 선택의원제 시행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한방 선택의원제' 도입 안을 포함, 올해부터 2015년까지 5년간 1조 99억원을 투입하는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양방, 한방 모두 선택의원제를 시행하겠다는 '큰 그림'은 이미 나와있고, 그 그림 속에 의료계를 끼워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한 개원의는 "실제로 얼마만큼의 인센티브가 돌아오는지, 선택의원제가 의료기관 재정립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확한 분석 자료나 통계를 제공하면 이런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복지부는 10월 중 선택의원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연 정부가 언제쯤 환자와 의료계가 상생 가능한 선택의원제 시행방안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