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처방·조제한 혐의로 의·약사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과 관련,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일선 개원가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의·약사 68명을 포함 총 70명이 검거된 것을 시작으로 조사가 확대되면 추가 검거 등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내과 등 일선 개원가는 "향정약 수사와 관련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양천구 L 내과 원장은 "환자가 졸피뎀 처방을 원하면 도리가 없다"면서 "정상적인 처방에 대해서도 용의선상에 오르내릴 수도 있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아직 DUR(의약품 처방조제 지원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개원가로서는 내과를 돌며 소량의 졸피뎀을 처방 받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들 중에서도 "정상적인 처방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 억울한 심정을 나타낸 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 내과 원장은 "의도적으로 향정약을 처방해 준 의사들은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수사가 확대되면 일반 개원의도 용의선상에 오르는 등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노숙자 이 모씨가 향정약 '졸피뎀'을 복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내 주거나 약을 조제해 준 혐의로 의사 55명, 약사 13명을 검거했다.
이 모씨는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수도권 일대 내과병원을 다니며 '졸피뎀' 3만여 정을 처방받아 매일 70~120정을 복용한 뒤, 환각 상태에서 구걸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한명과 관련해 68명이 적발된 데다가 경찰도 이씨처럼 환각 상태에서 구걸하는 앵벌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사건에 연루되는 의사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