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들이 갈수록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과목 경계는 무너진지 오래고 무한경쟁이 불붙고 있다. 여기에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까지 겹치며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건강보험재정안정에 방점을 두고 수가 현실화에는 무관심하다. 이에 자구책으로 경영을 알아야 한다는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컨설팅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병의원들이 처한 현실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상>의료기관 대출금 7조5000억원 시대 <하>경영난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여의사가 운영하던 산부인과의원을 양도받은 서울 중랑구 A산부인과 김모 원장. 개원 초 여의사를 원하는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폐업위기에 처했다. 그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환자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고사위기에 몰린 그는 변화를 시도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은 물론 지역 내 광고를 내고 지역 밀착형 홍보도 시작했다. 진료영역도 요실금, 지방흡입 등으로 확장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병원의 존폐위기를 고민하던 그는 이제 2호점을 고민하는 개원의로 거듭났다.
개원가에 의료기관도 경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개원 시장에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체감하면서 개원의들도 경영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던 개원 컨설팅도 필수적인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했고 마케팅 비용에 대해 아깝기 보다는 투자로 여기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09년 발간한 '의원 경영실태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개원의들은 성공적인 개원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개원입지(62.4%), 진료기술(21.6%) 다음으로 경영기술(11.1%)을 꼽았다.
지난 2007년 발표한 자료와 비교하면, 성공 개원 요인으로 개원입지(66%)는 그 중요도가 감소한 반면 진료기술(17.5%)과 함께 경영기술(7.9%)은 그 비중이 높아졌다.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박사는 이미 지난 2008년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의료도 사업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임 박사는 "의료분야만큼 소비자의 평판이 절대적인 분야는 없다"면서 "의사도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갖고 소비자 즉 환자의 의견을 듣고 반응을 예측해 진료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B이비인후과 박모 원장은 이비인후과 질환에서 코 성형 등 특수 클리닉으로 진료 영역을 확장하면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앞서 '열심히 진료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병원도 경영'이라는 마인드로 무장했던 게 주효했다.
C산부인과의원도 경영난에 허덕이던 중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상담을 활성화하면서 환자가 늘었다.
상담을 주고받으면서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신뢰를 쌓았던 환자들이 내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한 개원의는 "마케팅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개원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개원가의 변화는 개원 컨설팅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병원경영전략연구소 JMI 장우식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이 심각한 저수가로 병원의 희생을 강요하다 보니 경영난이 점차 악화되고 개원 컨설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급여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개원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급여과 개원의들도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강상훈 홍보이사는 "최근에는 개원의들 사이에서도 병·의원에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개원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고 시작하거나 아예 네트워크의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