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영상장비 수가인하 방안 파장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소위원회는 24일 회의에서 CT와 MRI, PET 등 영상장비의 수가인하 방안을 다수의견으로 채택했다.
장비별 수가인하율은 CT 15%, MRI 30%, PET 16% 등으로 이를 총비용절감액으로 환산하면 약 1687억원이다. 이는 영상장비를 보유한 의료기관이 감당해야 할 경영손실액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으나 소위원회 논의결과가 통과된 관례에 비춰볼 때 수가인하 방안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계는 뒷통수를 맞았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연초 각종 행사와 회의에서 영상장비 및 검사 빈도수 증가와 질 관리 자원에서 1600억원대의 수가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미 수가인하액은 정해놓고 건정심에 재정절감 비용이 높은 방안을 보고해 긴장감을 고조시킨 뒤 외형적으로는 총액을 내린 형국으로 본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수가인하시 가장 큰 피해자는 상급종합병원이다.
44개 상급종합병원의 PET(44%)를 제외한 CT와 MRI 장비수 비율은 전체 의료기관의 12% 이하이나 검사건수는 절반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협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수가인하안이 이대로 결정되면 대형병원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자체분석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영상검사 건수와 청구비용이 전체 의료기관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종별가산율과 판독료 가산 등 수가인하와 연동된 손실액을 합치면 총액절감분의 2~3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빅5병원의 경우 영상장비 수가 인하로 연간 100억원 이상씩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 관계자는 "쓰나미급 타격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갑작스럽게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PET 수가인하시 손실액을 분석한 결과, 연간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도 영상장비 수가인하 자료를 토대로 경영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병협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영상장비 검사가 손실로 나타난다면 어느 병원에서 장비를 설치하겠느냐”면서 “자칫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의 존립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학회들은 수가인하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핵의학회 유영훈 보험이사(연세의대)는 “며칠전 복지부를 방문해 제2의 병리과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달라진게 없다”면서 “수가인하가 결정되면 임원진 모두 사표를 써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상의학회 한준구 총무이사(서울의대)도 “손실액 규모가 너무 크다”며 “회원 여론과 일반 여론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복지부측은 수가인하 방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전달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절감액을 재산출한 결과”라면서 “관련 학회도 만나 의견을 교환한 만큼 수치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오는 28일 건정심 본회의에서 영상검사 수가인하 방안이 확정될 경우 병원계와 관련 학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