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일환으로 다빈도 질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뇨를 포함한 것과 관련 당뇨병학회와 개원내과의사회가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21일 개원내과의사회는 "당뇨 치료에서 대학병원에서 치료해야 할 중증환자는 일부이고 대부분 환자는 일차 의료에서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뇨병 환자 대부분은 가까운 내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중증환자만 상급병원에서 진료 받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개원내과의사회는 현재 당뇨환자의 68%가량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치료 중이며 종합전문 병원을 찾는 환자는 11%에 불과하다는 근거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는 일차 의료기관은 당뇨병 치료에 적합하지 않다는 당뇨병학회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학회 측은 당뇨 질환을 다빈도 질환 즉, 경증질환에 포함시켜 일차 의료기관에 맡기는 식이 된다면 환자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개원내과의사회는 오히려 대형병원에서 장기 처방하는 사례가 잦아 진료왜곡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당뇨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장기처방 때문에 환자의 경과를 관찰하는 데 지장이 있다는 게 의사회 측의 설명이다.
개원내과의사회는 "당뇨병이 다빈도 질환으로 선정됐다고 당뇨병 치료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은 없다"면서 "합병증이 심하거나 조절이 안 되는 중증환자는 상급병원에서 진료 받도록 하기 때문에 이는 의료기관 재정립, 의료전달 체계 개선 취지에도 맞다"고 전했다.
다만, 당뇨병이 경증질환이 아니라는 당뇨병학회의 주장에는 동의했다.
개원내과의사회는 "당뇨병이 다빈도 질환이긴 하지만 경증질환은 아니다"라고 밝힌 뒤 "'경증질환'이라는 용어 대신 '일차의료 역점 질환', '의원 역점질환', '외래중심질환' 등으로 대체돼 사용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당뇨가 경증질환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하고, 당뇨병이 다빈도 질환에 포함돼 환자들의 약제비 본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또한 이해한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를 두고 학회와 개원의사회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환자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니,환자가 밀려 한번 진료에 3~6개월 이상의 장기처방을 주는 사례가 있다"면서 "경증환자가 많아 중증환자의 진료가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뇨치료의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의료진의 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내과 전문의만 당뇨환자를 진료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전체 의료진을 대상으로 내실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