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 행정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도둑 의사 누명을 벗긴 했지만 남은 게 없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
불법 부당한 현지조사, 진료비 부당청구 행정처분에 불복해 의원까지 폐업하면서 지난 4년간 소송을 벌인 끝에 모두 승소한 K원장.
K원장은 26일 "형사소송, 행정소송에서 이겼지만 마치 갑작스럽게 쓰나미가 닥쳐 집이며 재산이며 모든 것을 잃고, 승소장 한장 들고 서 있는 것 같은 참담한 기분이다"고 전했다.
또 K원장은 "실사를 당하면서 너무 억울하고 분해 한 때 우울증에다 만성피로증후군, 위장염, 탈모, 소화불량, 관절염, 편두통, 불면증 등으로 고생했고, 지금도 하루 2시간 이상 일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고 털어놨다.
K원장은 여전히 2007년 8월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K의원 직원의 허위 부당청구 제보, 심평원의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실사, 부당한 자료제출 요구, 부당청구 확인서 서명 강요, 복지부의 업무정지 및 의사 면허정지 처분, 형사고소 등등.
K원장은 "나는 평범한 개원의였고, 정말 단돈 1원도 부당청구한 적 없이 정직하게 진료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당청구 의사로 낙인 찍혔다"면서 "불명예를 안고 살고 싶지 않아 진료도 포기한 채 4년간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억울한 K원장이 너무 많다고도 했다.
K원장은 "행정처분에 맞서 소송을 걸면 경제적 불이익이 너무 크고, 승소하더라도 빚더미 위에 올라앉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수많은 K원장들이 가족 부양 때문에 억울해도 싸움을 포기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K원장은 소송에서 이겼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K원장은 "개원하고 싶지만 일단 건강이 따라주지 않고, 신용대출을 받아야 개원 준비를 할 수 있는데 4년 무직자에게 누가 돈을 빌려 주겠느냐"면서 "나이가 많다보니 봉직의도 힘들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K원장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심평원장을 반드시 만나겠다고 벼르고 있다.
K원장은 "심평원 직원의 부당한 실사와 인권 침해를 당하고,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4년간 싸워 승소했으면 이제 심평원의 잘못된 실사 행태를 바로잡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내게 있다"면서 "하지만 심평원장은 면담 요청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원장은 심평원장이 끝내 면담을 거부할 경우 복지부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K원장은 "당해보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얼마나 썩었는지 모른다"면서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때 부당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사진, 자료를 제출해도 읽어보지도 않고 기각시키는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K원장은 "수진자조회 결과를 보면 환자들에게 의사를 날강도로 만들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면서 "현지조사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K원장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진실은 밝혀진다." K원장의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