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초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처지에 어떻게 유럽에서 석학을 초빙합니까."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으로 인해 의학회들의 살림이 팍팍해 지면서 해외 연자 초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연료는 물론, 항공료와 숙박비를 모두 학회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산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
최근 A학회는 이번 춘계학회에 초대하기로 했던 해외 연자를 절반 이상 교체했다. 당초 미국·유럽 등에서 연자를 초청하기로 했지만 예산이 부족했던 것.
이 학회 이사장은 "세계 학계를 이끄는 거장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초빙하려 애썼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며 "연자를 대폭 줄이고 그나마도 아시아권 석학들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하려면 항공료와 숙박비 등으로 최소 1천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도저히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B학회도 2012년 국제학회를 유치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수십년만에 유치한 국제학회니 만큼 최대한 풍성하게 치르고 싶지만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회 이사장은 "가능한 많은 연자들을 모셔 풍성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싶은데 지금으로서는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며 "내일부터 연자 섭외에 나설 계획인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학회들이 연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리베이트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 등으로 제약사들의 후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학회지 발간 등 고정 비용은 조정이 불가능한 만큼 결국 연자 초청 비용을 아끼는 것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A학회 이사장은 "솔직히 지난해 학회에 비해 예산이 반토막이 나 학회 개최 장소도 부랴부랴 옮겼다"며 "이미 초대한 연자들이 많았지만 양해를 구하고 어쩔 수 없이 교체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사실 학술대회가 이러한 석학들의 강연을 듣고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이런 식으로 목을 조르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개인적으로도, 학회 입장에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