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스스로 전공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고,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의협은 14일 제3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전공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세브란스전공의협의회 회장이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기획이사인 김충기(내과) 전공의는 '오늘날 전공의 근로실태 및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그는 전공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목표로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 ▲급여제도 재검토, 당직 수당 현실화 ▲수련교육 지원 ▲근무시간 명시, 근무 계약 관행 개선 등을 제시했다.
2010년 대전협 자체조사 결과 전공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인 수련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40~60시간이 7%, 60~80시간이 24%, 60~80시간이 24%, 80~100시간이 26%였고, 100시간을 초과한 수련병원이 43%로 가장 많았다.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근무시간은 인턴이 110시간, 레지던트 1년차가 111시간, 2년차가 103시간, 3년차가 91시간, 4년차가 88시간으로 집계됐다.
그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은 업무 범위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고, 저렴한 비용, 당직 배분의 편중, 진료 업무의 관행적인 전공의 의존이 원인"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업무 범위와 관련해 "전공의들은 진료 외에 진료 준비 등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의사교육평가신임위원회(ACGME)가 전공의 근무시간을 모든 임상적 및 학습적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또 그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전공의는 다른 의료직종 보다 비용 효율성이 높고, 지시에 순응적이기 때문에 진료가 증가하더라도 인력을 충원하지 전공의 업무부담을 늘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한의학회는 지난해 전문의 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근무시간 상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는 ▲주당 80시간 제한 ▲근무지에서 모든 활동을 근무에 포함 ▲주중 하루는 모든 학습적, 임상적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보장 ▲근무시간 사이에 10시간의 휴식시간 보장 ▲당직은 최소 2일 간격 ▲당직 업무 포함 36시간 이상 연속근무 금지 등을 담고 있다.
그는 "전공의 근무시간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수련병원이 아닌 상위 기관에서 감독할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업무 과중을 가져오는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과도한 입원환자, 전공의 당 환자수 제한, 연속당직 등의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인적 근무시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체계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지난해 대전협이 조사한 결과 전공의 평균 연봉은 3680만원이었고, 최저 2420만원에서 최고 5070만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당 111시간 근무한 것을 기준으로 전공의들의 시간당 임금은 5620원에 불과하다. 올해 최저임금이 4320원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그는 "근로에 대한 합리적 대가를 지급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양질의 수련교육이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수련교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충기 전공의는 "현 제도의 불합리성과 개선 목표를 의료계 전반이 공유하고 노력해야 하며, 더 이상 전공의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계 내부에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먼저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고, 더 큰 책임을 물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