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수가를 개정한지 1년만에 또다시 개정 작업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병원계에 떠넘기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요양병원 원장은 22일 "복지부가 지난해 4월부터 새로운 입원료 차등제 수가제를 시행한 이후 의사, 간호사를 충원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또다시 수가를 개정하면 어쩌라는 거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강행한 해당 공무원부터 징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5월 중 요양병원 수가 개선안을 상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현재 복지부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수가 개선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문제는 복지부가 입원료 차등제도를 개정한지 불과 1년만에 또다시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병상수 대비 의사, 간호인력 비율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수가를 가산 또는 감산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2분기부터 환자 대비 인력 비율에 따라 수가를 가감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복지부가 입원료 차등제를 개편한 취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인력을 확보해 의료의 질을 제고한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가감하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렇지 못한 요양병원들을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간호인력 수가차등제 시행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은 복지부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입원료 차등제 개정 직후인 2분기 전체 794개 요양병원 중 수가가 가산되는 1등급(60% 가산)은 202개로 전체의 25%를 차지했고, 2등급이 241개, 3등급이 160개, 4등급이 90개였다.
가산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은 전체의 87%를 점유했다. 반면 수가가 감산되는 6~8등급은 9%로 집계됐다.
그러나 1년후인 올해 2분기를 보면 840개 요양병원 중 1등급이 무려 409개로 49%로 껑충 뛰었고, 2등급이 287개, 3등급이 82개, 4등급이 36개로 나타났다. 가산등급 비율 역시 97%로 높아졌다.
복지부의 기대했던 구조조정 효과도 의문이다. 1년만에 요양병원이 794개에서 최근 900개를 돌파했고, 감산등급 비율은 2%로 줄었다.
요양병원들이 수가가 가산되는 상위등급으로 급속히 옮겨간데다 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정형외과 전문의가 의사의 50% 이상을 차지하면 입원료 수가를 20% 가산해 준 결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요양병원 수가 개편 카드를 또다시 들고 나온 것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B요양병원 이사장은 "의사, 간호사를 대거 확충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였는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늘어났다고 해서 다시 수가를 인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못 박았다.
C요양병원 원장은 "의사, 간호인력 가산등급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도시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수가개편 1년만에 다시 개정한다면 합당한 근거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제시한 수가 개정안을 놓고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합의된 게 없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