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일반약 슈퍼판매 뒷짐지는 복지부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논쟁이 조만간 열릴 예정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 오후 2시 중앙약심을 통해 약국외 판매(자유판매품목) 등 재분류를 논의해 고조된 비난 여론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감기약과 해열제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가정상비약의 포함 여부이다.
현재 중앙약심 논의안에는 활명수 등 액상소화제와 마데카솔 등 외용제, 박카스 등 자양강장 드링크류 등 감기약을 제외한 28개 품목의 약국외 판매가 유력시되고 있다.
진수희 장관은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에서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을 의약외품으로 포함하기는 어렵다"면서 "중앙약심 논의를 통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약사법을 개정하겠다"며 감기약 슈퍼판매 유보 입장을 고수했다.
법 개정까지 필요하다는 감기약을 선진국은 어떻게 판매할까.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1997년)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약국외 판매 의약품에 감기약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2개국 이상에서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스피린 등을 자유판매품목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제산제와 변비약, 진해거담제, 국소진통제, 소독제, 비타민제, 칼슘 및 철 보급제 등도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미국과 영국 등은 감기약과 해열진통제를 자유판매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약사들이 이들 일반의약품을 슈퍼 판매할 경우 약물 부작용이 있다거나 안전하지 못하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꺼내든 재분류 카드는 혼란만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약심 12명 위원이 의약외품 뿐 아니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까지 5만 5천개 품목을 재분류하기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의약품 재분류를 10여년 넘게 몰라서 못한 게 아니다"면서 "이번 중앙약심 논의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의약외품 선정 과정의 진통을 예고했다.
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중앙약심 논의는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품목으로 집중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의사들도 감기약 슈퍼 판매시 경영적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국민 편의를 위해 감수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2000년 이후 전문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으로 넘어온 품목은 한 개도 없다"고 말하고 "동네약국 중 가정상비약(감기약, 해열제 등)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약사의 생존권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약사법 개정이다.
복지부는 재분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약사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여야의 합의 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 내부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약사법 개정안이 상정되더라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지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진수희 장관은 지난 10일 "약사법 개정이 뻔히 안될 줄 알면서 손을 털기 위해 국회에 넘긴다면 책임있는 행동인지 고민도 했다"면서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반대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되는건지 여전히 고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