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의전원 학생들이 등록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대 등록금 수준은 한 학기에 500만원 정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의전원에 비하면 '엄살'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그 정도로 의전원의 등록금이 살인적인 액수라는 것이다. 지난 해부터 의전원 등록금이 한 학기 1천만원대에 진입하며 의대와 두배 정도의 액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의대, 의전원 학생들 모두 등록금에 버거워 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의전원생들은 두배에 이르는 등록금 차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등록금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전원 등록금 한학기 1천만원…의대 두 배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2010년 전국 대학원 등록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전원 가운데 등록금이 가장 비싼 곳은 한 학기에 1042만원을 받은 건국대로 나타났다.
다른 의전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화의전원도 2009년 999만원의 등록금을 2010년에는 1034만원으로 인상했다.
아주의전원, 경희의전원도 각각 1019만원, 999만원으로 다른 의전원과 대동소이한 편이다. 1천만원에 이르는 의전원 등록금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반면 의대 등록금은 의전원의 절반 수준이다.
의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의 2010년도 1년치 합산 등록금을 보면 건양의대가 1012만원, 계명의대가 1016만원, 고신의대가 971만원, 관동의대가 1034만원, 한림의대가 1095만원 등이다. 어림잡아 1년치 등록금이 의전원의 1학기 등록금과 거의 비슷하다.
"등록금 적정성 평가 필요…공론의 장 마련하겠다"
이들 의전원들은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의대에 비해 짧은 교육 과정상 재원 마련을 위해 의대보다 더 많이 등록금을 걷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전원생들은 사실상 같은 수업을 듣고도 등록금은 두배로 내는 일은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 의대·의전원 학생연합(전의연)은 의대와 의전원에 등록금의 적정성 평가가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치현 전의연 의장은 "의대-의전원간 커리큘럼과 교수진, 수업의 내용 등 학생들이 동의할 만한 질적 차이가 없는데도 의전원이 두배의 등록금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학의 등록금 투명성을 평가할 방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등록금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학생들은 등록금이 어떻게,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채 높은 학비 부담을 버텨왔다는 것이다.
안 의장은 "7월 말 여름 정기총회에서 등록금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면서 "등록금 공론화가 의결되면 각 대학별로 등록금 사용내역 요구와 함께 학생들 스스로 적정성 평가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용한 투쟁 준비하겠다" 그들의 선택은
조선대 의전원을 다니는 A씨는 대출로 등록금을 해결하고 있다. 등록금은 1천만원에서 3천원 부족한 999만 7천원.
그는 "나를 포함해 용돈과 학업 수행 비용, 그리고 학자금 대출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투쟁은 꿈도 못꾼다"고 전했다.
저녁까지 이어지는 수업과 계속되는 시험과 실습, 공부를 못하면 유급으로 1년 학비를 다시 내야하는 상황에서 투쟁은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사실상 등록금을 문제삼기란 쉽지 않다. 그저 학교가 등록금을 인상하면 아무말 못하고 돈을 내야 하는 벙어리 신세라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다른 투쟁 방법에 대한 모색도 이뤄지고 있다.
안치현 전의연 의장은 "반값 등록금을 위한 촛불 시위에 의대생이 없다고 문제의식이 없는 것처럼 폄하해서는 안된다"면서 "의대생은 의대생에 맞는 투쟁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의대·의전원생들에게 시위란 '인생을 포기'하는 정도의 리스크가 커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의대생에게는 성명서 발표와 서명 운동 전개 등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투쟁의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조용한 투쟁을 통해 의대, 의전원 학생들의 생각을 사회에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