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궤양 환자 김모씨. 속쓰림이 밀려올 때마다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했다. 하루에 2번씩 복용했더니 증상이 호전되는 듯했다. 6개월 후, 김씨는 약을 복용해도 속쓰림이 계속되자 병원을 방문했고,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는 현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위산분비억제제 라니티딘(잔탁, 큐란)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 사례다.
위산분비억제제인 라니티딘(잔탁, 큐란), 히알루론산나트륨(인공누액제), 아모롤핀(손톱무좀약), 테라마이신안연고(항생제 눈연고) 등 4가지 성분의 전문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지자 개원의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 첫번째 회의에서 이들 4가지 전문의약품이 일반의약품 전환 대상이라고 보고했다.
이를 두고 개원의들은 국민들의 오남용, 약물 복용에 대한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원내과의사회 김육 홍보이사는 "복지부가 환자의 편의를 고려해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속쓰림은 환자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라니티딘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면 속쓰림을 인지하지 못해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에서 언급한 김씨 사례처럼 슈퍼에서 약을 복용할 수 있어 당장은 편리하고 좋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기위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증상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내과 개원의는 "판피린 등 마시는 감기약도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약의 중독성 등 부작용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편리성만 내세워 의약품을 무조건 풀어놓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손톱무좀에 주로 쓰이는 아모롤핀 성분의 항진균약 또한 마찬가지다.
아모롤핀 성분의 의약품은 항진균약으로 곰팡이균을 사멸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손톱무좀 원인이 곰팡이균에 의한 게 아니면 이 또한 병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질환에 처방되는 테라마이신안연고,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 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 논의에 대해 안과 개원의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과의사회 박우형 회장은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의약분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하고, 이를 약사가 조제하도록 한 게 의약분업인데 일반약으로 전환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박 회장은 특히 테라마이신안연고는 항생제 약물로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풀려선 안된다고 봤다.
그는 "논의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면서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