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으로 널리 쓰이는 라니티닌(대표 제품명 잔탁) 등 4개 성분이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약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전환하면 큰 폭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를 '사형선고'로 규정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이번 전문약 일반약 전환 검토는 향후 발기부전약, 사후피임약, 천식약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우려는 크다.
전문약 일반약 전환 검토 성분은 4가지다.
저용량의 위장약(라니티딘) 13종, 항진균제(아모롤핀, 테라마이신안연고) 2종, 인공눈물(히알루론산나트륨) 20종이 그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해외에서는 처방약이 아니면서 저용량·단기 사용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한 약품을 검토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제약업계는 큰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전문약 지위 상실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잔탁, 큐란 등의 위장약은 속칭 '깔아주는 약'으로 통한다. 그만큼 처방이 많았던 약이다.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B제약사 관계자도 "만약의 경우라도 (전문약 일반약 전환은) 생각하기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특히 이번 전문약 일반약 전환 검토는 향후 사후피임약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약사회에서 발기부전약, 사후피임약 등 외국에서는 일반약으로 쓰이는 의약품을 정해 의약품 재분류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많은 약이 전문약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물론 비아그라 같은 인지도가 높은 약은 약국으로 풀리면, 전문약일 때보다 더 많은 매출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문약 지위 상실은 곧 매출 하락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약 전환 후 급여 여부도 문제다.
C제약사 관계자는 "너무 앞서가는 얘기지만, 최악은 전문약에서 일반약 비급여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 파스류와 은행잎 제제는 일반약 비급여 전환 다음 해에 매출이 반토막 이상 줄어든 전례가 있다. 업계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추진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