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중앙약심 회의결과의 향후 전망
감기약 슈퍼판매 논란의 불씨가 의사의 처방권에 해당하는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으로 번졌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이하 중앙약심)는 1일 보건복지부에서 제3차 회의를 갖고 약국외 판매 의약품 도입의 필요성과 의약품 재분류의 세부 논의 방향에 합의했다.
약국외 판매 도입은 예상대로 12명의 위원 중 약사회(4명)를 제외한 의료계와 공익대표 등 8명이 찬성해 사실상 의결됐다.
감기약과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의 공이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복지부는 다음주 공청회와 전문가 회의 등 약국외 판매에 필요한 약사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 후속일정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논의결과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약사회의 거센 반발로 9월 정기국회의 법안 통과여부는 미지수이다.
여야 모두 이미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에 돌입한 상황에서, 의약품 구입의 국민 불편과 약계의 반대 사이에서 저울질 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약품 재분류 논의는 이와 다르다.
약국외 판매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나, 의약품 재분류는 향후 회의에서 확정되면 복지부 고시로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날 소비자단체 등이 제시한 17 품목 중 4 품목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고한 부분은 우려감을 낳고 있다.
이들 품목은 ▲듀파락시럽(변비약, 락툴로오즈) ▲잔탁 75mg(위장약, 라니티딘) ▲가스터디정(위장약,파모티딘) ▲히아레인 0.1점안액(인공눈물, 히알루론산나트륨) 등 병의원에서 일상적으로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의사협회는 전문가를 배제한 재분류 보고에 유감을 표시하고 다음 회의부터 전문학회를 출석시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확정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으나 분석 의견은 식약청과 중앙약심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대로 굳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욱이 감기약 등을 슈퍼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약사회 측이 외국의 사례와 안전성를 근거로 일반의약품 전환을 강도높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품목 수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약사법 개정안이 폐기되고 전문의약품만 약국에 내놓은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감기약 슈퍼판매 논란은 국회로 넘기고 재분류 카드로 약계를 달래주는 모양새이다.
의료계와 약계 모두 승자는 없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준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져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