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등장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새 무기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 부정맥을 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1년전 출시된 멀택(성분명 드로네다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비급여로 제한적 처방이 불가피하다. 아쉽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울산의대)의 첫마디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년 만에 나온 신약이 국내에서는 비급여 신세로 전락해 있어 환자에게 좋은 약을 맘껏 처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심방세동 치료 경험을 일례로 들었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못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불규칙하게 수축해 가늘게 떨기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방세동을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의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며, 이를 또 악화시킨다. 심방세동 유병률 증가는 사회적 부담과 경제적 비용 손실이 증가한다. 가능한 빨리 발견하고, 좋은 약으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경험에 비취어볼 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실제 항부정맥제 '멀택'은 20여 년만에 나온 획기적인 신약이지만 현재 비급여로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상태다.
이 약은 지금까지의 항부정맥제가 증상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약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률 감소를 입증한 유일한 약이다.
"부정맥을 하는 입장에서 '멀택'이 아직까지 급여가 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참고로 멀택은 한 임상연구에서, 위약과 비교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입원 또는 사망을 24% 감소시켰다. 또 심방세동의 대표 부작용인 뇌졸중과 심혈관계 사망은 각각 34%, 29% 줄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약에 대한 급여가 시기적절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다. 환자에게 최적의 약을 제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지는 신약이 많다. (다국적제약사가) 도저히 그 가격에는 팔 수 없으니 철수하는 것이다. 의사는 좋은 약이 있지만 환자부담금 때문에 처방 못하는 것이다. 이런 과오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