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할 때는 관련 학회가 아닌 독립적인 기관에서 주도하고, 학회가 참여하는 형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배종면(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릴리의 패혈증약 자이그리스(Xigiris) 임상진료지침의 부당사례로 들며 진료지침이 특정약의 판촉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 교수의 연구결과는 지난 6월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실렸다.
릴리는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패혈증 군에서 자이그리스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채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처음 기대만큼의 매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자 릴리는 미국과 유럽의 중환자의학회, 국제 패혈증포럼 등이 참여하는 ‘패혈증 환자 생존 캠페인(Surviving Sepsis Campaign, SSC)'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릴리사의 지원을 받은 이들 학회는 자이그리스 사용이 포함된 패혈증 치료 지침을 개발했다.
릴리가 치료지침 개발에 90% 이상의 기금을 부담한 가운데 11개 전문학술단체가 지침을 승인해 줬지만 미국감염병학회는 이를 거부했다.
SSC 지침 개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특히 근거 개발 과정에서 관련 논문에 대한 평가 등급이 부적절하고, 조기 중단된 연구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후 소아 대상 연구를 포함한 각종 연구에서 부작용 지적과 효능이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릴리 측은 "캠페인을 위한 기금 지원일 뿐 진료지침 개발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자이그리스는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배종면 교수는 “임상진료지침을 만들 때 특정 제약회사 단독으로 전적인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정부 산하 공적 연구기관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배 교수는 "지침 작성 실무를 맡은 위원들은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지침이 만들어진 후에도 관련 근거들을 반영한 개정작업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진료지침은 영국에서는 국가기관인 국립임상보건연구원(NICE)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관련 학회가 중심이 돼서 만들고 있다.
한편,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NSCR)과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오는 19일과 9월 22일 두차례에 걸쳐 '의료인-제약산업 관계 윤리지침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