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시작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과 복지부 사이의 임의비급여 소송이 4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의료계는 '부당청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대학병원의 임의비급여 문제를 단골 메뉴로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이 터진 이후 복지부는 허가 초과 약제 사용 사전 승인, 치료재료 별도 산정, 급여기준 개선 등을 통해 임의비급여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임의비급여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진료비를 환불해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환자들이 진료비 민원을 제기해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불받은 건수는 2009년 6916건, 2010년 4822건, 올해 1~6월 1774건에 달한다. 2년 6개월 동안 상급종합병원들이 환불해준 금액만도 87억원.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학적으로 좀 더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있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만 치료후에 돌아오는 것은 부당청구를 했다는 민원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병원은 환자의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결국 보험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비용을 돌려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도 "임의비급여 부당청구 기사에 병원 이름이 노출되면 환자들의 민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당함을 알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대한병원협회는 의료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수시로 정부에 급여기준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병협 보험국 관계자는 “협회뿐만 아니라 병원들도 급여기준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태 이후 대형병원들이 의욕적으로 엄청난 자료를 복지부, 심평원에 제출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라면서 "결국 지쳐서 미온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급여기준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을 간과한 채 대학병원들이 부당청구를 일삼고 있다고 매도하고 있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급여기준 개선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면 환자들이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부당한 현실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 필요"
하지만 대학병원들이 임의비급여 현실이 부당하다고 불만만 표출할 뿐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A대학병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듣고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효과 여부를 개인이 얼마나 느끼는가에 따라서 마음이 바뀔 수 있다"면서 "의학적 비급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만 주장할 뿐 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C대학병원 관계자도 "몇 년 동안 지루하게 논쟁을 벌여왔지만 의학적 비급여라는 주장 외에는 특별하게 나온 대책이 없다"면서 "병원계는 임의비급여 문제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은 근거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기준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