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추진하고 시립동부병원 민간위탁 사업과 관련 시와 시민단체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동부병원의 경영수지를 개선하고 50% 미만의 병상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이 이를 맡아 운영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시 소재의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서울시는 또 8월말까지 설명회에 참석한 대학병원들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수탁자선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수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여러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동부병원을 민간에 위탁하면 공공의료서비스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간위탁만이 살 길인가
시는 현재 저소득층, 행려환자 등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동부병원(200병상)의 운영상황이 최악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부병원은 실제로 2001년 의업수입과 의업외수입이 총 41억 가량이었던 것에 반해 인건비, 경비 등의 지출은 91억 가량으로 대략 50억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수입은 34억 가량으로 줄었고, 지출은 106억 가량으로 늘어 적자폭은 72억 가량으로 커졌다.
서울시 복지여성국 김진년 사무관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운영자금을 시가 대고는 있지만 국민의 세금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민간위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한편 환자진료 실적면에서는 2001년 입원진료(39,400명)와 외래진료(49,066명)를 포함 총 88,466명을 기록했다. 1일 평균 진료인원은 353명, 병상이용률은 54%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는 입원진료(32,831명)와 외래진료(50,969명)를 포함 83,800명의 진료실적을 기록했으며, 1일 평균 진료인원은 335명, 병상이용률은 45%로 곤두박칠 쳤다.
이 가운데서 특히 공공의료의 기능 수행면에서의 진료실적은 2001년 전체 88,466명 중 52,146명, 2002년 전체 83,800명 중 39,855명으로 한해 동안 그 수가 12,291명이 줄었다.
병원의 진료실적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김 사무관은 “정작 공공의료를 담당해야 할 우수한 의료인력을 끌어들일 유인을 병원이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의사와 환자가 동시에 병원을 떠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병원의 적자폭을 줄이고 공공의료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 민간위탁은 최선의 대안인가.
서울시 여성복지국 박민수 과장은 “현재로서는 민간위탁 외에는 더 나은 대안이 없다”고 꼬집어 말한다.
수십억대에 달하는 적자를 계속해서 정부지원만으로 메꿀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시민단체는 현재 대학병원이 동부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의료급여환자의 병상수가 줄어들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민간위탁이 아닌 시 차원의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방공사의료원 가운데 현재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의 경우 행려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며 결국 동부병원도 같은 길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실제 민간위탁을 맡게 될 병원은 우선 공공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대학병원으로 물색하고 있다”며 해당 병상수 책정은 초기 협상단계에서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확정할 예정이어서 우려할 바가 못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행려환자만으로 모든 병상을 채울 수는 없으며, 병상이 꽉 차면 다음에 오는 환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병원의 공공의료 기능을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이 아니냐며 현실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수행 가능한가
서울시는 지난 5월말 한양대병원과 민간위탁계약을 코앞에 두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한양대병원이 동부병원의 운영상황을 실사조사를 통해 살피고, 시 역시 ‘수탁자선정위원회’에서 한양대병원의 운영능력을 심사했다.
행정1부시장은 위원장으로 시의회 의원 2명, 관계전문가 3명, 관련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4개분야 17항목 26개 세부항목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제시했지만 결국 한양대병원의 운영능력에 합격점을 주었다.
한양대병원 역시 여기까지는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수탁을 포기하고 말았다.
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양대병원은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되는 조건상 파견후 계약이 해지된 후의 인력문제, 병원노조의 반대, 고용의 안정성 등을 수탁포기의 이유로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타 대학병원이 동부병원을 수탁운영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인 셈.
또 수탁을 예상하는 민간병원 관계자들은 비록 공공병원이긴 하지만 수익이 발생되는 부분에 대해 병원이 가져갈 수 있기를 원하고 있어 이 부분은 시민단체가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시와 시민단체의 상반된 주장은 민간병원이 과연 공공의료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는 목적은 변하지 않고 방법만 다른 것이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고, 시민단체는 목적과 방법에 모두 공공성을 기해야 한다며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실제로 민간병원이 동부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전반적인 운영수지는 해당 병원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되고, 책정된 병상수만큼 의료급여환자를 받게 되겠지만 이를 등한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시는 다만 현재의 적자폭을 줄이고 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병원의 병상가동률이 50%를 밑도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는 시민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의 운영정상화를 달성해야 하는 등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할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