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 요양병원의 선두주자격인 카스미가세키 미나미병원은 불과 4년 전만해도 적자에 시달렸다.
하지만 사이토 마사미 병원장은 "지금은 오전에 퇴원을 하면 오후에 입원이 이뤄질 정도로 환자가 붐비고 있다. 경영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 짧은 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그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제도는 현장에서 만들어진다"는 말로 함축했다.
병원 스스로 환자를 위해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결과 정부에서 이를 보고 수가로 보답했다는 것이다. 없던 곳에 수가를 주니 경영상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환자가 원하고 병원이 이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다.
실제 현재 시행중인 제도의 상당수는 미나미병원에서 유래됐다.
요양병상기준제도, 데이케어, 조기 재택방문, 단기간 통소제도, 간병 직원화 등이 그것이다. 현재 모두 수가를 받고 있다.
가히 미나미병원이 현장에서 제도를 만들어냈다고 자신할 만한 성과다.
사이토 마사미 병원장은 "제도가 있건 없던 간에 환자나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시작하고 본다. 데이케어의 경우 수가를 받기 전까지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무료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창기에는 이런 부분들로 적자경영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병원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미나미 병원의 이런 도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순회형 재활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일본 대지진으로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캠핑카를 구입했는데, 순간 이 곳에 의료장비를 싣고 순회형 재활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모 요양병원장은 "일본은 끝없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하면 정부가 수가로 보전해준다. 제도가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구조는 한국에서는 꿈같은 얘기라고 항변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전혀 딴판이다. 우리는 정해진 수가도 깎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노인의료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상당한 이유다. 수가 차이만 3배다. 잘하는 병원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뭐가 잘못됐는지 꼬투리잡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요양병원 원장도 정부의 현지실사를 빗대 경찰이 교통딱지를 떼듯 잘못된 부분만 부각시킨다고 표현했다.
"노인에게도 내일은 있다…자택복귀율 80%"
미나미병원의 흑자 경영에는 끊임없는 환자 관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 재활을 한다는 이념 아래서다.
80%의 자택복귀율(3개월내)은 환자 관리가 잘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수치다.
주변의 급성기 대학병원들이 환자를 믿고 맡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이 법으로 정한 요양병원 자택복귀율은 60%다.
그렇다고 미나미병원이 가벼운 환자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전체 환자의 구성을 보면, 뇌졸중 환자가 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골절환자다. 참고로 일본 요양병원은 20%의 중증환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야한다.
사이토 마사미 병원장은 "치료보다는 환자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제공하고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환자 스스로 먹게 지도한다"며 "노인에게도 내일이 있다는 이념 아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재활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덕진 대한노인의료복지복합체협회장은 "미나미 병원은 확고한 철학 속에 옳다고 하는 제도를 밀어붙였고, 정부는 이를 수가로 보상해줬다. 선순환 구조"라고 평가했다.
또 "(당장은 힘들겠지만) 한국 요양병원도 서비스 질을 높여야한다. 삼류병원이 아닌 일류병원에 눈높이를 맞춰야한다. 수가 등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도 적절한 보상을 병원에 안겨줘야한다. 무작정 수가를 깎으려고만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