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등에게 자사약 처방 목적으로 53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뿌린 제약업체 6곳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한국얀센, 한국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바이엘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씨제이제일제당 등 6곳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얀센, 노바티스, 사노피, 씨제이 등 4개사의 리베이트 제공 시점은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6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바이엘은 2006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다.
따라서 6개사 모두 리베이트-약가연동제나 쌍벌제에 해당되는 처분은 받지 않는다.
수법은 다양했다. 병의원 및 의사들에게 세미나 학회 명목의 식사·골프 접대, 강연료·자문료 지급, 시판 후 조사(PMS) 명목 지원 등 각종 우회적 수단으로 반복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이렇게 건네진 리베이트 금액만 530억원에 이른다.
특히 식사접대 및 회식비에는 무려 350억원이 쓰였다. A사는 B약품의 처방증대를 위해 부부동반 이벤트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약 2억원의 처방을 받기도 했다.
강연료·자문료로도 110억원이 전달됐다.
제약사들은 영향력 있는 의사를 분석해 그룹을 만든 후 강의장소로는 부적절한 식당 등에서 형식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심지어는 발표 내용까지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룹은 학계에서의 영향력 및 자사 우호도 등에 따라 Advocate. Loyal, User, Trial, Aware, Un-user 등 6개로 나눠 금품을 제공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외에 44억원은 해외 학술대회 및 국내학회 등에, 19억원은 PMS 명목 지원으로 전달됐다. 또 물품제공·골프접대에 6억원, 시장조사 사례비 명목으로 3억원이 쓰였다.
공정위는 논란이 많은 PMS에 대해서는 약사법상 의무가 없는 시판 후 4~6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자사약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과도한 증례수를 집행했다는 점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또 PMS를 전담부서인 의학부서(메디컬부서)가 아닌 마케팅부서에서 진행한 점도 증거로 삼았다.
제약사별 리베이트 규모는 사노피가 186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얀센(154억원), 노바티스(72억원), 바이엘(58억원), 아스트라(40억원), 씨제이(20억원) 순이었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리베이트 총액수에 비례하지 않았다. 리베이트 적발 품목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과징금은 얀센(25억원), 노바티스·사노피(23억원), 바이엘(16억원), 아스트라(15억원), 씨제이(6.5억원) 순이었다.
이에 공정위 신영석 시장감시국장은 "세계 굴지의 다국적사들도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그대로 따라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적발 제약사들은 모두 불법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과징금 액수가 과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정위 발표로 다국적사들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들은 국내사와는 달리 리베이트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