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회방남(회사 방침을 따르는 남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나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리베이트 규제에 불안함을 느낀 일부 제약업체가 영업사원의 판관비를 대폭 줄이면서 생겨난 단어인데, 사연은 이렇다.
A제약사 영업사원은 최근 회사로부터 영업비 삭감 통보를 받았다. 한달간 개인경비 및 의사 접대비, 그리고 영업 활동비 등 모두를 100만원으로 한정해 사용하라는 지시였다.
여기에는 최근 리베이트 적발, 8.12 약값 일괄 인하 등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조치라고 생각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회사 방침에 철저히 따르기로.
그는 먼저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달 100만원이 영업비용인데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이중 60~70%가 기름값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기동성이 떨어지는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니 병원 방문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 실제 집이 분당인 그는 김포 근처의 병원 등을 갈 때면 이동 시간이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때문에 예전에는 하루에 병원 4곳을 돌았지만 이제는 많아야 2곳에 그치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병원 방문율이 떨어진다며 회사의 압박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도 그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병원과 병원 거리가 멀어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경비가 대폭 삭감돼 교통비를 아끼지 않으면 영업비로 쓸 돈이 없다고 말이다.
그는 앞으로도 회사 방침을 철저히 따르기로 다짐했다.
이 영업사원은 "한달간 총 경비 100만원 지침이 떨어지기 전 10만원 어치의 기름을 넣었다. 아쉽다. 다음 달부터는 10원도 쓰지 않는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회방남. 쌍벌제 등 제약업계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 생겨난 웃지 못할 신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