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독감 시즌이 시작되면서 개원가가 통큰 접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교회나 아파트 부녀회가 주도했던 단체 예방접종에 시달렸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올해는 동료 의사들의 저가 접종으로 고민에 빠졌다.
4일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의료기관들이 독감예방접종 비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있다.
현재 평균 예방접종비는 2만 5천원~3만원선이지만, 일부 개원의들은 1만 5천원~2만원선까지 낮췄다. 심지어 1만원에 못 미치는 9900원 독감예방접종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국가필수 예방접종 진찰료로 1만 5천원을 책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진찰료도 받지 못하는 수준까지 낮아진 셈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데에는 과열된 개원 경쟁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9900원 독감접종을 실시한 의료기관도 개원 초 신규 환자 유치를 위해 저가 접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수 지역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공급이 충분하고, 기존 의료기관들은 단골 환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신규 환자를 유치하려면 파격적인 이벤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쯤 되자 개원가에서는 무리한 가격경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나친 경쟁이 싸구려 의료를 확산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저가 접종경쟁으로 의료기관들이 고가 백신보다 저가 백신을 선호하게 되면 접종가는 낮아질 수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 고가 백신에 대한 선택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진찰료에도 못 미치는 예방접종비로 마진을 남기려면 더 많은 환자를 봐야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예진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개원의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사회 한 임원은 "개원 경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가 진료를 택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가 진료 확산은 의료시장을 망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통큰 저가 접종은 건전한 의료시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의료는 심각한 저수가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저가 진료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