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후보 두번째 낙마
빅5 병원 진입을 목표로 채찍질을 거듭하던 고대의료원이 내부 갈등으로 휘청대고 있다.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나오는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선장 없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
고대의료원은 20일 의대와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에서 김창덕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후보에 대한 교수 인준 투표를 진행했다.
교수의회 등에 따르면 이날 투표에서 김창덕 후보는 찬성 157표, 반대 202표, 무효 2표를 얻어 인준이 무산됐다.
지금까지 고대 역사상 재단과 총장이 지명한 의료원장 후보가 인준에 실패한 예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일은 상당한 이변이다.
특히 서성옥 후보에 이어 김창덕 후보마저 인준에 실패한 것은 의료원 내부에서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사실 서성옥 후보는 총장 지명 당시부터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론이 상당했다. 따지고 보면 인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창덕 후보는 지난 2009년부터 안암병원장을 맡아 조직을 무리없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인준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김창덕 후보는 서성옥 후보보다 더 많은 반대표를 얻어 인준이 무산됐다.
사실 또 다른 배경이 있지 않다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일선 교수들은 재단과 소장파 교수들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료원을 대표하는 인물을 선발하는 과정에 재단이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부 교수들의 반발심이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고대의료원 A교수는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소장파 교수들이 의무부총장 인선에 재단이 관여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발심이 있었다"며 "이러한 저항이 결국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이같은 내부 갈등으로 인해 고대의료원은 당분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원장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3개 병원장에 대한 인선도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의료원은 물론, 부속병원의 업무는 대부분이 중단된 상태다. 또한 부속병원의 각 진료과장들 또한 결재에 상당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미 두명의 후보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의료원 내부에서는 인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의료원 관계자는 "두명의 후보가 낙마하면서 이제는 어느 누가 나와도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특히나 후보의 자질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투표의 방향이 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총대를 맨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