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개원 20년째이지만 이런 위기는 없었다. 환자 수가 반토막 났다."
신사동 A성형외과 김모 원장의 말이다.
일명 '성형의 거리'라고 불리는 압구정 인근 성형외과 개원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불황과 무관하게 늘 환자가 많다는 대형 성형외과들도 요즘 들어 환자의 발길이 줄면서 개원의들이 체감하는 불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피부과, 한의원, 치과 등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진료과 개원의 또한 환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 달 압구정동 메디컬 빌딩에는 성형외과 폐업으로 공실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비어있는 상태다.
성형외과의사회 홍정근 홍보이사는 "환자 감소 현상은 일부 영세한 개원가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성형외과 전체로 퍼져있어 문제"라면서 "회원들은 최대 위기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동 G성형외과 조모 원장은 "엄살이 아니라 정말 심각하다"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피부과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초동 G피부과 안모 원장은 "피부과 의사들끼리 모이면 환자 감소 원인에 대해 얘기하기 바쁘다"면서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줄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미용성형 등 비급여 환자가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개원의들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미용성형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등을 꼽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쌍꺼풀, 코성형, 유방확대 및 축소술, 지방흡입술, 주름살제거술 등 5가지 미용성형술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성형수술을 계획했던 이들이 앞당겨 받거나, 수술을 포기하면서 환자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개원의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피부과, 치과 등 환자 감소현상을 설명하긴 힘들다.
잠실 L성형외과 이모 원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올해 정점을 찍었다"면서 "환자 반토막은 기본이고 더 많이 줄어든 곳도 있다"고 했다.
강남 G성형외과 관계자는 "경기 침체 여파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성형외과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침체에도 불구 압구정동 빅3 혹은 빅5 대형 성형외과는 소폭 감소한 데 그쳐 인근 개원가에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대형 성형외과로 꼽히는 압구정 D성형외과 측은 비수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줄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환자 수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G성형외과, Y성형외과 또한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D성형외과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대형 피부과 네트워크 A피부과도 마찬가지. A피부과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