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의료기관은 '전문병원' 또는 '전문' 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전국 99개 전문병원을 발표하면서 간판과 광고 등 불법적 명칭 사용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전문병원제도를 올바르게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문병원의 질 관리와 더불어 차별화가 필요하다.
전문병원 간판 사용은 현 제도의 가장 큰 메리트이다.
의료법(40조, 명칭 표시)에는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병원은 지정받은 진료과목 또는 질환 명을 표시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 종류에 따른 명칭 대신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종류 명칭과 혼동할 우려가 있거나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환명과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잘못된 간판 사용시 단속과 처분이 가능하다.
이같은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둔 단속은 강력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문병원 관련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신문과 잡지, 지하철역, 인터넷 등 시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진료과 및 질환에 '전문병원'이나 '전문' 용어를 사용한 의료기관 관련 광고를 흔히 접하게 된다.
복지부는 '전문병원'과 '전문' 사용하는 의료광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강력한 단속 의지를 표명했다.
의료법(56조, 의료광고 금지)에 명시된 '의료법인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은 거짓이나 과장된 의료광고를 하지 못 한다'는 규정을 엄격 적용하면 미 지정 병원의 '전문병원' 의료광고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질환과 술기를 포함한 '△△전문' 의료광고는 단속할 근거가 미약하다.
개원의 등 의사의 80% 이상이 전문의인 상황에서 '전문'이 포함된 의료광고가 법에 저촉된다는 복지부의 시각은 문제가 있다.
현행 의료광고 금지 사항은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 ▲평가를 받지 아니한 신의료기술에 관한 광고 ▲의료광고 내용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광고 등으로 전문병원과 무관하다.
이를 개정, 보완하지도 않고 단속하겠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모 병원 원장은 "전문병원 제도가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범람하는 잘못된 의료광고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며 "광고심의 법 개정이 없이는 '전문' 용어를 사용한 광고가 여전히 활개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복지부 관계자는 "첫 제도인 만큼 부족한 부분은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의료계의 협조와 관심을 당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전문병원의 질 관리와 권익보호이다.
99개 전문병원이 지정됨에 따라 복지부의 의료기관 관리 영역이 추가된 셈이다.
복지부는 3년으로 규정된 지정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매년 진료실적을 보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전문병원에 대한 별도 관리가 시작됐음을 예고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 내부에서도 '전문병원협의회'(가칭) 구성의 필요성이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는 자체적인 질 관리와 권익보호 없이는 전문병원의 위상을 제고하기 어렵다는 우려감이 내재되어 있다.
A병원 원장은 "전문병원의 단순한 울타리가 아니라 질 관리를 위한 자체 기준을 만들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문병원 모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 차례 시범사업과 시행 연기를 거듭한 전문병원 제도가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전문병원 제도의 안착과 효과를 위해서는 복지부의 제도 보완과 함께 지정병원들의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위한 내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