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영상검사 수가인하 취소 승소 판결 뒤집어보기
21일 서울행정법원이 영상검사 수가인하 고시 취소 판결을 내리자 소송을 제기한 병원계는 당연한 결과라며 '환호'를, 복지부는 의외 결과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번 판결은 겉으로 보면 의료계의 완승이다.
하지만, 판결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병원들과 복지부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간 법원의 고도의 판정이라는 시각이다.
병원들은 5월 1일 수가인하 시행일에 앞서 고시 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 집행정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판결을 미루다가 수가인하 5개월이 훌쩍 지나서야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상대가치점수를 직권 조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며 수가인하 취지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도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절차는 문제가 있다고 복지부 절차 진행을 지적했다.
이를 역으로 보면, 절차상의 문제만 보완하면 영상검사 수가인하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의미이다.
복지부 측도 2001년 이후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수가조정(인상, 인하)을 해왔다고 말하고, 법원이 절차상 하자만을 문제로 삼았다면 고시 보완 등을 거쳐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하면, 현행 '행위, 치료재료 결정 및 조정기준' 고시에 명시된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다시 거치거나, 고시 문구를 개정해 수가인하를 재추진하겠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의견이다.
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의사협회(2명), 병원협회(2명), 치과협회, 한의협, 간호협회 등 공급자단체 9명과 공단(2명), 심평원(2명), 소비자단체, 전문가, 복지부 등 9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급자단체가 모두 수가인하 불수용 입장을 천명한다면 영상검사 재심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상검사 수가는 엄밀히 말하면, 의협 및 병협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단체별 정치성을 감안할 때 의견 통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복지부의 정리 작업(?)을 지연시키면 기존 수가를 받을 수 있으나, 절차 문제를 해결하면 2심 패소가 예상돼 수가인하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보인 또 다른 처세술은 소급적용 문제이다.
병원계가 4월말 고시 처분 취소를 낸 이유는 5월 시행되는 수가인하에 따른 손실액을 돌려받기 위한 조치의 뜻도 담겨있다.
하지만 법원은 효력정지 및 처분 취소 판결문 어디에도 소급 적용한다는 문구를 적시하거나, 인용하지 않았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5월부터 시행한 수가인하 절감액을 의료기관 및 환자에게 돌려줄 의무가 없는 셈이다.
반대로 의료계는 CT 14.7%와 MRI 29.7%, PET 16.2% 수가인하로 연간 1291억원(급여 기준)이 절감된다고 보면, 5개월 21일 동안의 약 600억원 손실액을 되찾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법원 입장에서 소급적용에 따른 건강보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효력 정지로 의료계와 정부 모두에게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백내장 수가인하 등 의료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대형 로펌의 배만 불렸다는 우려감이 교차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