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제정안에 실망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료분쟁조정제도 자체를 거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 보상금에 대한 재원까지 부담해야하는 의료분쟁조정 절차보다는 소송을 선택하겠다는 얘기다.
7일 복지부의 입법예고안 발표 이후 분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했을 때보다 의료분쟁조정을 받았을 때 유리한 점을 찾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금 재원을 의사가 부담하는 등 불리한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복지부가 발표한 하위법령 제정안에는 앞서 의료계가 반대했던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금 재원을 의사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박노준 회장은 "회원들은 이번 정부의 법안에 대해 참여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 상태라면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또한 법안이 형평성에 맞지 않을 경우 산부인과 의사들이 조정을 거부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분쟁조정절차상 의료기관 혹은 의사가 의료분쟁조정법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피신청인인 의사가 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선택할 수 있고, 그 경우 조정신청은 자동 각하된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입법예고안에 대해 산부인과학회와 공동으로 논의해 조만간 반박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의료사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다.
앞서 복지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일부 의사들의 주장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기존에 발표했던 정부안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만병원협의회 강중구 회장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 어차피 조정 및 중재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집단 거부운동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이 제도에 따를 의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관료주의적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에 다시 한번 화가 난다"면서 "정부는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제도를 추진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