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외쳐온 의료계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의료계가 당해온 영상장비, 백내장 수가 인하 등과 같은 일방적·강제적 방식은 안된다는 것이다.
14일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선한봉사센터가 함께 개최한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관한 공청회'에서 의료계 인사들은 이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했다. 다만 방법론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김일중 대개협 회장은 "한정된 파이 안에서 약가 인하는 어쩌면 수가인상을 가능게 해 의료계에서는 찬성을 해야 한다"면서도 "복지부의 무자비한 칼날에는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료계는 그 칼날에 무수히 당해왔고, 현재도 의료분쟁조정법, 영상장비 수가 인하, 백내장 수가 인하 삭감 등을 당해왔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약가 일괄 인하 정책도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김종웅 대개협 총무이사는 "약가 인하는 대다수의 의사가 주장했지만 문제는 속도와 정도"라면서 "쥐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어야 하듯이 급격하고 과격한 인하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ESD 중단 사태를 보더라도 정부의 급격한 고시는 늘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하면서도 "약가 인하에 따른 흑자는 보장성 강화가 아닌 원가에 못 미치는 의료수가를 보존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성명에서도 "합리적 약가 인하에는 찬성하지만, 업계와 합의 없이 강제 시행하는 약가 인하는 제약산업의 심각한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약가 인하 폭을 한자리 수로 축소해 제약산업의 침체가 없도록 하고, 약가 인하를 5년 이상 장기 계획을 세워 점진적으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제약계에서도 약가 인하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갈원일 제약협회 전무이사는 "일괄 약가 인하가 부득이하다면 인하 규모를 1조원 이내로 축소하고 3년 균등 분할해 인하하며, 특허만료시 오리지널 약가를 기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살인적인 약가 인하 정책으로는 체질 개선을 통한 국제기업 육성이 불가능하다"면서 "약제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정부의 주장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