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한 심내막염 환자의 수술시기를 결정하는 치료지침이 한국 의학자에 의해 새롭게 정립돼 전세계 의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 결과는 세계 석학들의 최대 모임인 미국심장협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 연례 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 의학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임상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 Report)에 선정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는 17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 심내막염 환자의 치료 지침이 기존 '항생제 투여와 증상 치료'에서 진단 후 48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하는 '조기 적극 수술'로 새롭게 정립됐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알려진 치료법을 뒤집고 뇌경색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낮추는 정확한 지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심내막염이란 보통 세균 감염으로 인해 심내막에 염증성 변화가 온 것을 말한다.
심장 판막에 병이 있거나, 인공판막 또는 선천적으로 심장구조에 이상이 있으면 세균이 쉽게 손상된 심내막이나 판막에 들러붙어 세균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 심내막염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4주 내외의 항생제 주사를 통해 원인이 되는 세균을 제거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조기 수술은 감염된 심장조직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생각에 거의 시행되지 않았고 실제 치료방향은 의료진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
하지만 강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심내막염 환자는 진단 후 48시간 이내에 조기 수술을 해야 뇌경색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심내막염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색전증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수술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팀은 심내막염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조사했다.
이 중 37명은 강 교수팀의 새로운 치료법 대로 48시간 안에 조기수술을 했고, 나머지 39명은 기존처럼 항생제 투여 후 상황에 따라 수술 했다.
그 결과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37명 중 1명으로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39명 중 11명에게 뇌경색, 동맥협착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28.2%의 높은 합병증 발병률을 보였다.
무엇보다 조기수술의 경우 뇌손상을 유발해 신경마비와 언어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뇌졸중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존 치료지침대로 시행한 환자군에서는 5명의 환자에게 뇌경색이 발병했다.
강덕현 교수는 "4주 내외에 항생제를 맞고 세균을 조절하는 시간 동안 오히려 판막의 기능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혈전이 혈액을 돌아다니며 혈관을 막는 색전증으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색전증의 65%가 뇌혈관을 침범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심내막염 환자의 20~40%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 및 장애가 동반된다"면서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미국과 유럽의 심장 석학들을 비롯해 미국 현지 기자들이 강 교수의 심내막염 조기수술에 대해 심도 깊은 문의를 하고 있으며, 강 교수팀의 치료결과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덕현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내막염 치료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라면서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치료지침이 기존의 '항생제 투여 후 관찰'에서 '조기 적극 수술'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세균이 혈액 속으로 유입될 수 있지만 대부분 곧바로 제거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세균이 쉽게 달라붙어 심내막염을 유발한다"고 환기시켰다.
강 교수는 "심내막염을 감기와 혼동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심장판막증이 있는 환자들은 7일 이상 치료해도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심내막염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