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오전 7시. 세브란스병원 위암클리닉은 치료가 복잡한 암환자를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컨퍼런스를 연다.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외과, 진단방사선과, 행의학과, 조직병리학과 등 암치료와 관련된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인다. 전공의, 코디네이터, 외래와 병동 간호사 등 환자 한명의 치료를 위해 모인 사람은 총 30여명이다.
대한암학회 노성훈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외과)은 협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이제 환자가 과를 찾아다니며 진료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특히 복잡한 암환자는 치료방침이 의사마다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학제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은 학문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다. 세분화 되고 그 안에서도 새로운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관심도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로 최근 병원마다 앞다둬 만들고 있는 암센터, 암클리닉은 앞으로도 번져나갈 것이라고 노 이사장은 내다봤다. 의학 연구가 세분화 되면서 협진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 이사장은 다학제적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험수가 개선 ▲인력충원 ▲병원의 행정적 지원 ▲의사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협진을 하기에는 의료보험 수가가 열악하다. 환자가 하루에 여러 과를 가더라도 급여 부분이 잡히지 않고 한개의 과로 인정해준다. 보험제도 개선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병원을 제외한 중소병원에서 암환자 치료를 위해 다학제적 진료를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병원의 지원도 열악하다.
노 이사장은 "대부분의 중소병원에서는 의사 한두명이 암환자를 다 보고있어 협진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환자에게 연락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중요한데 의사도 없는 마당에 코디네이터는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 명의 의사가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갖춰져야 한다"며 "병원이 정확한 콘셉트를 갖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병원 경영자의 마인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학제적 진료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다.
노 이사장은 "아직도 협진이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이해 못하는 의사들이 많다. 고전적인 진료형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복잡한 암환자는 다학제적 진료 시스템을 도입해 조금 더 나은 진료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여러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암환자를 보는 모든 병원이 이같은 시스템을 시행하기에는 앞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한암학회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6차 추계심포지엄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