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감독이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다큐멘터리 '하얀정글'이 18일 오후 2시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르포형식으로 구성된 다큐 '하얀정글'은 현직 의사는 물론 병원 원무과 직원, 환자들의 입을 통해 왜곡되고 있는 의료현실을 조명했다.
감독은 러닝타임 총 82분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반인들의 의료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
감독이 만난 3차병원에 근무 중인 원무과 직원은 "기준 병실은 똑같이 두고 고급병실을 늘려놓는다. 급성충수염 등 단순하게 입원하고 나가는 환자를 위한 병실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돈이 안되거든…특실밖에 없으니 환자들은 80만원짜리 입원실에 사인을 하고간다"며 털어놨다.
그는 또 환자 수는 비슷한데 응급실 수입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고 했다. 하루에 많이 찍을 때는 CT 150~170건, MRI 4~5번 심지어 PET촬영까지 한다고 귀띔했다.
감독은 돈이 없는 환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도 메스를 댔다.
3차병원 원무과 직원은 "환자 블랙리스트가 있어서 그 환자가 접수하면 (진료비 미납 기록이)떠. 언제 미납 진료비가 있다고…그게 정산이 안되면 진료자체를 안해줘. 심지어 응급실에서도 (진료비 미납)데이터가 떠. 10년전 데이터까지 뜨니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의 솔직한 고백도 담았다.
그는 "일단 병변이 보이면 (조직검사)다 한다. 특별히 조직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 즉, 정상에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조직검사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그게 하나에 1만원 받는다고 쳐도 60~70명이면 몇 백만원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큐 '하얀정글'은 의료현실을 단순히 돈에 눈이 먼 의사의 잘못으로 몰고가기 보다는 의술을 상술로 전락시키고 있는 병원을 향해 칼날을 겨눴다.
한 간호사의 증언은 의사들 또한 자본논리 속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의사의 현실을 그대로 담았다.
"교수 회의 때 누가 얼마 벌었고, 누가 얼마 못벌었고 등수를 매겨서 얘기했다고 해요. 교수들이 그렇게 실적을 내야하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순위가 매겨지니까 과잉진료를 하게되고…돈으로 성적이 나오니까 교수님들도 스트레스 받고…"
감독은 30초 진료 또한 실적에 대한 병원의 암묵적인 압박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환자들도 무감각할 정도로 만연해 있는 게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이라고 봤다.
'하얀정글'은 이밖에도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환자들의 비참한 현실과 의료민영화를 위해 물밑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 관료의 행태를 그대로 담았다.
송윤희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의사로서 혹은 창작자로서 꼭 해냈어야만 하는 숙제"라고 했다.
그는 "의료생협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어느날 돈이 없어서 당뇨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다큐를 기획했다"면서 "의사로서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송윤희 감독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를 거쳐 산업의학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현재 건강과 대안 연구공동체 연구원이자 차기 다큐 작품을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