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후 환자들이 병원에 직접 방문해 약을 지목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던 조루약 '프릴리지'. 당시 한 개원의는 하루에 20~30통의 '프릴리지(다폭세틴)' 관련 문의를 받았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그 후로 2년이 조금 넘은 현재. 제 2의 '비아그라(실데나필)'로 기대를 받았던 '프릴리지'는 관련 시장에 어떻게 자리잡았을까.
많은 의사들은 "프릴리지를 거의 처방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사실상 실패로 봤다.
이유는 뭘까. 최근 열린 대한비뇨기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들을 만나봤다.
여기서 만난 전문가들은 '프릴리지'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환자가 조루라는 질환을 발기부전 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개원의는 "'프릴리지' 처방은 간혹 한다. 약은 분명 좋지만, 조루는 아예 성관계를 시도조차 못하는 발기부전과는 차원이 다른 질환이다. 환자들의 절박함이 그만큼 없다는 뜻이다. 처방이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판단했다.
그는 "'프릴리지'를 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삽입 후 1분 이내 사정하는 남성들이다. 이들은 애초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약을 먹고 시간이 연장되면 큰 효과를 느낀다. 하지만 5분만 넘으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프릴리지'의 2년여간의 성적을 사실상 실패로 봤다.
A교수는 "보통 '프릴리지'가 세계 최초의 조루약으로 알고 있지만, 이 약이 나오기 전에도 적은 용량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조루를 조절했다. 대체약이 있다는 소리다. 환자들이 굳이 비싼 약(한 알에 1만3000원 가량)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릴리지'가 약이 좋고 부작용도 적은 편이지만, 한국인의 정서, 약값, 조루의 개념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돼 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B교수도 '프릴리지'가 발기부전치료제 처럼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발기부전은 약, 수술 외에는 큰 방법이 없지만, 조루는 여러가지 치료 옵션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발기부전과 조루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조루 환자에게 '프릴리지'는 필수 사항이 아니라는 소리다. 성관계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 않는다면, 비싼 약값을 지불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다 결혼기념일 등에는 사용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일부 개원가는 '프릴리지'의 처방 확대는 수술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처방 권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프릴리지'의 실패 요인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