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즐겁다기 보다는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담담합니다. 그냥 믿고 기다렸습니다."
이는 작년 건국대병원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배종면(제주의대 교수) 전 임상성과분석실장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최근 검찰로부터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통보받고 배 실장이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3부(부장검사 백종우)는 지난 28일 건국대병원이 배 실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건국대병원은 배 실장이 PD 수첩 등 언론과 5회에 걸쳐 인터뷰를 하면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했다고 고소했다.
건국대병원이 말하는 허위사실은 배 실장이 송명근 교수(흉부외과)의 수술법인 '종합적 대동맥 판막 및 근부성형술(카바 수술)'이 사망 등 유해사례가 많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인터뷰한 것을 말한다.
또 건국대병원은 카바 수술 잠정 중단에 대한 보의연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누설해 보도되게 했다며 연구책임자였던 배 실장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배종면 실장은 "카바수술에 대한 보고서는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요청에 따라 의원실에 전달된 것 외에 타기관이나 개인에게 제출, 열람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서 인터뷰 했던 내용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단순한 의견표명일 뿐"이라며 "카바수술 관련 보고서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배종면 실장의 인터뷰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건국대병원을 비방할 목적 내지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할 뜻으로 각종 통계를 조작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그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를 누가 유출했는지 여부는 건국대병원의 추측에 불과하다"며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배 실장이 내용을 누설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증거도 없다"고 전했다.
1년여 만에 무혐의라는 최종 결정을 받은 배종면 실장은 "시술을 직접 한 사람이 고소해 조사를 받게 해놓고서는 조사과정 중에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나를 범죄인 취급하는 것이 씁쓸했다"고 토로했다.
송명근 교수는 그동안 카바수술 관련 기자회견을 열 때마다 배 실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보고서 허위 조작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배 실장은 또 "그간 과학의 영역을 왜 정치화 시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구하는 학자는 소신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