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비뇨기과가 사상 최악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곤두박질 치자 학회와 개원의협의회는 물론, 일선 전문의들까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들은 이 문제가 전 국가적인 위기라고 판단하고,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디칼타임즈가 2012년도 레지던트 모집 마감 후 각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비뇨기과는 36%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도 줄줄이 미달사태를 맞았고 고대안암병원 등 서울권 대학병원들도 지원자가 전무했다.
지방대병원은 더욱 상황이 심각했다.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지역 거점 대학병원들조차 아무도 원서를 제출하지 않아 수련병원의 절반 이상이 지원자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미달사태가 불과 몇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비뇨기과학회는 물론, 일선 전문의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불과 몇년 전인 2003년 만해도 비뇨기과는 1.3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인기과였다.
이같은 경향은 2004년 1.27대 1, 2005년 1.19대 1, 2006년 1.21대 1로 이어졌지만 2008과 2009년 0.9대 1로 미달되며 위기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이후 비뇨기과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0년 0.84대 1로 지원율이 하락한 뒤 2011년에는 0.54대 1로 지원자가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
특히 이에 대해 대비할 시간도 없이 2012년도에 0.36대 1이라는 충격적인 경쟁률을 보이면서 사실상 비뇨기과는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이미 예견된 재앙이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 A비뇨기과 원장은 "동료 전문의들이 비뇨기과 간판을 내릴 때부터 이같은 상황이 예견됐다"며 "다만 흉부외과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다보니 잠시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타과에 비해 수련도 힘든데 환자 수도 적은데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만 이에 대한 수가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기존 전문의도 비뇨기과 진료를 포기하는데 신규 인력이 들어올 수가 있겠느냐"고 환기시켰다.
이에 따라 학회와 개원의협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정문기 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학회가 제시하는 대안과 비전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뇨기과 개원의협의회 임일성 회장은 "비뇨기과는 신장부터 생식기를 다루는 중요한 진료과임에도 땜질식 처방만 지속하고 있다"며 "얼마나 더 무너져야 정부가 나설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정부와 관련기관, 의협, 학회, 개원의사회가 총체적으로 나서야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더이상 늦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