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토, 플라빅스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약들의 특허가 2013년까지 줄줄이 만료되면서 대형제약사들이 특허나락(patent cliffs)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허나락은 수익성이 높은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매출급감을 말한다.
과학잡지 네이처 등은 최근 2010~2013년 특허 만료되는 약물이 10대 거대 제약사의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이 연간 9500억 달러(1073조 8800억원) 이상으로 제약산업이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칼슘)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0일 특허가 소멸되면서 1호 제네릭 경쟁자가 등장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2008년 리피토의 특허가 이미 만료돼 리피논, 리피로우 등 다수의 제네릭과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약가인하로 리피토의 매출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에 처해있는 제약사를 더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특허만료 블록버스터약을 대체할 후보약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신약 승인 비율이 R&D 투자의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제약사의 파이프라인이 신약 개발보다 유사약물 개발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신약은 위험부담이 크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유사약물은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고 신속히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미국 터프츠약물개발연구센터 켄 케이틴 박사는 "최근 제약사들은 개인별 맞춤 의약품에 초점을 맞추고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옛날과 같은 블록버스터약의 출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들은 R&D 비용을 절감하고 다른 제약사나 학계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화이자는 2010~2012년 R&D 예산을 30억 달러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2007년에는 리피토 개발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공장을 폐쇄했다.
반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타성에 젖은 유사약물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위험부담과 혁신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일라이 릴리도 R&D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학계나 연구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피터 톨먼 대표는 "로슈는 달세트리핍(dalcetripib)이라는 고지혈증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연간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돼도 엄청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