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가 복지부의 영상수가 인하 고시를 무효화시키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병원계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이후 내년도 수가에서 큰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판사 김홍도)는 지난 10월 21일 복지부가 지난 5월부터 CT, MRI, PET에 대해 수가 인하 고시를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상 초유의 판결이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6일 CT, MRI, PET 검사 상대가치점수를 각각 15%, 30%, 16% 인하했고,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45개 병원과 병원협회, 영상의학회 등은 즉각 소송으로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복지부가 상대가치점수를 직권 조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CT, MRI, PET의 진료비용이 현저히 변화되거나 경제지표가 변동함에 따라 복지부가 경제 현실에 상응하는 요양급여비용이 산정될 수 있도록 상대가치점수를 직권 조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못 박았다.
또 서울행정법원은 소송에 참여한 병원들이 영상수가고시 집행정지 신청을 한 것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2011년 4월 6일 영상장비 수가를 개정 고시한 처분은 본안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복지부 상대가치점수 인하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정소송 승소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잠시였다. 혹독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결 직전 병협과 공단은 내년도 수가협상이 결렬됐고, 판결 직후 이 사안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병협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다.
건정심에서 영상검사 수가 인하안을 의결했는데 소송을 통해 이를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병협은 3% 이상 수가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건정심에서 탈퇴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내년도 병원 수가가 1.7% 인상되는데 그쳤다.
영상수가 인하에 제동이 걸린 만큼 건강보험재정이 추가로 지출됨에 따라 병원계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복지부는 병협이 영상장비 수가인하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병협을 압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편 복지부는 현재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여서 내년 법정에도 다시 한번 뜨거운 설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