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약국본인부담률 차등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제도 시행 두달밖에 안됐다. 보완해 가면서 해야 한다."
시행 두달이 된 52개 질환의 약국본인부담률 차등제에 대한 개원가와 학회의 생각은 달랐다.
개원가는 본인부담률 차등제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을 최소한의 기제라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학회는 일방적으로 환자들에게 부담을 씌우는 행정편의주의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13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131호실에서 경증환자 약국본인부담률 차등 적용제도 발전방안 간담회를 가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의대 조상헌 교수(알레르기내과)와 전북의대 박태선 교수(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이사)는 공통적으로 "제도 시행 두달이 지났지만 쏠림 현상 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천식과 당뇨병의 경증 분류 재검토와 예외 조항 신설 등을 주문했다.
"환자 부담만 키우는 제도…효과도 미미"
먼저 조상헌 교수는 "경증질환의 대형병원 쏠림을 개선하기 위해 52개 경증질환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차등했지만 질환 분류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 개인의 특성과 질병의 경과 상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차등 부담에 따른 진료장벽으로 인해 중증 환자가 제때에 치료기회를 놓쳐 환자의 피해 발생과 사회적인 비용이 더욱 증가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의 2/3은 본인부담이 커져도 대학병원을 계속 다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실제로 제도가 시행된 10월 이후에도 월별 외래환자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동네의원들의 의료시설과 수준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등을 떠밀어도 결국 환자는 대학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 교수의 판단이다.
"중증 환자에는 차등 예외 규정 신설해야"
이에 조 교수는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사용이 필요한 중증 천식 환자 ▲면역치료 등 특수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혈관부종 등 만성 두드러기 환자 등 중증도 이상 환자를 고시 예외로 할 것을 주문했다.
조상헌 교수는 "천식과 알레르기 질환은 다양한 중증도를 가지는 만성질환이지만 1차 기관에서 중증 천식을 케어해 줄 곳이 얼마나 있냐"면서 "중증 환자들이 상급기관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의대 박태선 교수의 접근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합병증 동반으로 여러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와 진료의뢰서를 받은 환자에 대한 약국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 예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상급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 환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현재는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종합병원을 찾는 당뇨병 환자들까지도 약값을 더 낸다"고 지적했다.
당뇨협회 김태명 총무이사도 거들었다.
그는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1차 의료기관에 가라고 하지만 왜 가는지 이유도 모른다"면서 "어디로 가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환자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복지부 "1차-3차 기관 치료 성과 비교 수단 강구"
반면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이사는 우려와 달리 1차 의료기관의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이사는 "국내 의사의 90%가 전문의일 정도로 의료 인적 자원의 수준이 높다"면서 "1차 의료기관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수준이 낮지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이나 동네슈퍼와 대기업 마트의 싸움과 비슷해 보인다"면서 "진료비 수입의 절반을 병원에서 가져가는 구조에서 (본인부담 차등제가 없어지면) 1차 의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5 병원만 남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냐"면서 "시작 두달 밖에 안된 제도기 때문에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52개 질환이 늘어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본인부담 차등제를 들고 나오게 됐다"고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이스란 과장은 "천식과 당뇨병 중 상급종합병원에 남아야 하는 환자를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면서 "1차와 3차 기관 중 치료 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청구 실명제를 시행하기 위해 의료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