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출근 시간은 7시로 앞당겨집니다."
"내년 근무지는 대구로 발령났습니다."
"이번 달에 신규 거래처 OO개 뚫어오세요."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때아닌 퇴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약값 인하에 부담을 느낀 회사측이 지방 근무지 변경 등의 불리한 환경을 조성해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A제약사 영업사원은 최근 부서 팀장으로부터 출근 시간을 앞당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번 달부터 7시까지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연말이라 병·의원 거래처와 술자리가 많은데 앞당겨진 출근 시간이 부담스럽다. 최근에는 과도한 신규 거래처 확보도 요구하고 있다. 아무래도 퇴직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가 이런 식으로 나올거면 차라리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회사 방침에 못 버티고 나가게 되면 실업 급여도 받지 못한다. 그만두지도 못하고 죽을 맛이다"고 하소연했다.
다국적 B제약사 영업사원도 최근 지방으로 근무지 변경 통보를 받았다.
이 영업사원은 "한마디로 날벼락이다. 내년부터 당장 (서울에서) 대구로 영업소를 옮긴다.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다. 업계에 약값 인하로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는데 불현듯 퇴직 유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모 제약사 인사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바라봤다.
그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인력 감축을 해도 이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대신 근무지 변경 등 불리한 환경을 조성해 퇴직을 유도한다. 특히 내년에는 제약 환경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런 식의 퇴직 유도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