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발표된 약값 일괄인하 정책은 제약계를 큰 혼돈에 빠뜨렸다.
정부가 특허만료 신약과 복제약, 그리고 기등재약 등을 내년부터 특허 만료전 오리지널 가격의 53.5%로 일괄 인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약가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손익 계산에 들어간 제약계는 당황했고 충격에 빠졌다. 당장 내년부터 적자 경영이 불보듯 뻔해졌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일부 제약사에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발생했고, 저가약 생산 포기와 R&D 투자 감소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이도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자 제약계는 일명 '반값약'으로 불리는 이 정책이 부당하다며 유례없는 집단 반발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대규모 궐기대회가 대표적인 예다. 이날 시위에는 7000명이 넘는 제약 종사자들이 모였다.
당시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은 "우리의 뜻이 수용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와 함께 제약계는 올 연말까지 약가인하 반대 100만명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 50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요지부동이다.
지난 7일 임채민 복지부 장관을 만난 화학노련 김동명 연맹위원장은 "별 진전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임 장관이 (약값 정책에 대한) 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고 했다.
이에 제약계는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의지 표출이다. 시기는 고시가 나오는 2월말에서 3월초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판 협회 상근부회장은 "협회 이사 제약사 및 이사장단 등 집행부는 모두 소송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이사 등의 참여까지 고려하면 150여 곳이 집단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 변호사는 "집행정지가 관건이다. 약값이 유지된 상태로 1심 판결을 받아야 제약계는 큰 소실을 막을 수 있다. 이긴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또 무조건 진다고도 볼 수 없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