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과 계열 지원 기피로 전국 수련병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가운데 원서를 들고 온 지원자를 돌려보내고 미달을 자초한 병원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차라리 정원을 채우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자존심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9일 "사실 전기모집에서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있었지만 해당 과장들의 반대로 충원하지 않았다"며 "굳이 말하자면 고의적인 미달이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전기모집에서 11명을 모집한 외과와 5명을 뽑은 흉부외과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외과는 7명이 찾아 4명이 미달됐고 흉부외과는 2명이 원서를 접수해 3명을 채우지 못한 것.
하지만 실제로 원서 접수 마감날 외과는 7명 외에 6명이 더 원서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11명 정원에 13명이 지원해 1.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은 왜 6명을 돌려보내고 미달사태를 맞았을까.
우선 외과 교수들의 반대가 컸다. 미달을 피하고자 자격이 되지 않는 인턴을 뽑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사실 그 6명은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물론 뽑아서 교육을 시킬 수도 있었지만 공연히 수련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미달이 되더라도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에 걸맞는 외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결국 인턴들을 설득해 원서를 다시 가져가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외과 교수들도 이렇게 대처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끝까지 수련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되는 인턴을 공연히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하나를 키워도 제대로 된 외과 전문의를 키우겠다는 각오"라며 "솔직히 삼성서울병원은 전문의가 많아 전공의는 수련만 집중해도 될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도 추가모집에서 가능성 있는 인재들이 들어와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 됐다"며 "향후 삼성서울병원을 이끌 스텝으로 잘 키워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