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품질도 동일하고 가격도 동일한 제품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또한 가격은 판매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제3자가 결정하며 바꿀 수 없다고도 가정합니다.
이런 경우 판매자는 자신의 물건을 경쟁자보다 많이 팔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 제품이 경쟁자 제품보다 좋다고 광고하는 것, 이는 허위사실을 광고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가격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구매자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고자 하는데, 이런 경우 뭘 구입해야 할 지 결정하기 매우 어렵고 그래도 뭔지 이익이 있으면 그 걸 구매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가 구매자에게 가격에 의한 혜택이 아닌 다른 이익, 즉 리베이트를 제공하여야 자신의 물건을 팔 수 있습니다. 즉 자기 제품을 구매해 주면 다른 제품을 덤으로 주겠다거나 구매자의 간판, 냉장고 등 판매설비를 지원하겠다 하는 등의 다른 이익, 즉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당연히 판매자는 그만큼 이익이 들지만 판매자는 이익이 감소하더라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에 구매자에게 위와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고 구매자는 공식적인 가격할인이라는 혜택에 대신하여 다른 혜택을 얻을 수 있어 차별성 없는 제품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판매자의 혜택제공을 막아버리면 구매자는 차별성 없는 제품 중 하나를 택해야 하고 혜택은 받지 못하여 이로 인한 이익은 판매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약품 중에는 품질도 동일하고 가격도 동일하여 사실상 차별성이 없는 많은 제품이 존재합니다. 즉 약을 파는 제약회사 입장에서 다른 경쟁회사와 품질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는 의약품이 존재합니다.
이는 가격을 제약회사가 아닌 공단이 결정하고 복제약이 많아 품질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약회사는 약품의 실질적 구매자인 의사들에게 혜택을 제공하여 판매를 늘릴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약품에 대한 선택권이 의사가 아닌 약사에게 있거나 환자에게 있다면 제약회사는 혜택을 의사가 아닌 약사나 환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위와 같은 혜택의 제공이 형벌에 의하여 처벌할 정도로 나쁜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구매업무담당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구입해 준 대가로 돈을 준다면 이는 뇌물이고 이는 구매자의 이익으로 구매업무담당자가 이익을 본 것이고 판매자도 판매할 수 없는 것을 판매하여 이익을 보았으므로 형벌로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질나쁜 제품을 질좋은 제품인 것처럼 하여 질좋은 제품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그 대가로 구매업무담당자에게 돈을 준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의약품 시장에서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준다고 하여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품시장에서의 위와 같은 논리를 의약품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즉 의약품 시장에서 가격은 공단이 결정합니다. 공단이 그 가격이면 생산비도 보전되고 제약회사도 충분히 이익을 본다고 보고 결정한 것이며,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다고 하여 공단의 부담 및 환자의 부담이 전혀 증가하지 않습니다.
즉 제약회사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이익 중에서 일부를 일종의 판촉비로 의사들에게 지급한 것이어서 제약회사는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공단 및 환자의 부담도 전혀 증가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 및 제공받은 자에게 형벌로 처벌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리베이트 때문에 의사들이 약품처방을 필요이상으로 할 수도 있고 이런 경우 공단 및 환자에게 부담이 가게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하여 리베이트 쌍벌제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공단이 현지실사 등을 통하여 통제할 장치가 있고 처벌할 장치도 있고, 리베이트 때문에 과잉처방까지 하는 의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리베이트 쌍벌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리베이트가 판촉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일률적으로 결론내릴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약품시장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의료계에서의 리베이트가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형사처벌까지 한다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나아가 리베이트는 제약회사에 이익이 없다면 제공이 불가능한 것인데 공단이 약품가격을 너무 높게 산정하여 제약회사에게 과도한 이익을 준 결과라고 볼 수도 있고, 환자들이 약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 받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공단이 약품가격을 낮추거나 환자들이 약품에 대한 정보 및 선택권을 보유하도록 하여 공단 및 환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을, 리베이트 제공시 의사 및 제약회사 모두를 처벌하여 리베이트 제공이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제약회사를 이롭게 하고 공단이 자신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는 것을 당국자들은 경청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