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에 실린 자신의 연구 결과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 등 제3의 기관이 일부를 삭제 하라고 요청한다면?
우리나라 생명과학 연구자 10명 중 7명은 악용이 우려되는 연구 결과를 제3의 단체가 제재조치 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매우 제한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최근 생명과학 연구자 592명을 대상으로 '학술지 검열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7%가 악용될 우려가 있는 연구논문 내용을 출판금지 또는 수정, 삭제하는데 찬성했다.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반면, 21%는 절대 반대한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학술지 내용은 새로운 지식 발표라는 목표도 있지만 인류 공영을 위한다는 것이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면서도 "연구자 스스로가 먼저 발표 내용의 악용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악용 가능성을 근거로 논문 내용을 제재 받는다면 수용하겠냐에 대한 질문에는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절반이 넘는 51%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용하겠다는 대답도 49%에 달했다.
또 만약 제재조치를 해야 한다면 학술지 편집위원을 포함한 과학계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과학계, 정부기관, 시민단체 모두로 구성된 새로운 기관의 주도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설문조사 참여자는 "과학 연구는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논리에도 좌우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열은 과학 연구의 위축만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미국 정부가 학술지에 발표된 생물의학적 연구결과를 테러 리스트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연구결과 일부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한 일이 알려지면서 진행됐다.
미국 '생물안보를 위한 국가과학자문위원회(NSABB)'는 지난달 20일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제출된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논문 중 일부 내용을 삭제한 후 출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학술지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